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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대들이 경영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립대학의 학비인상은 학생측의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음에도 학교측은 학교대로 재정적인 절망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시대와 사회의 변천에 따라 사학도 이제 새로운 형태의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문제는 한국·일본·필리핀」·브라질 등 사학이 많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커다란 과제. 근착 일본의 잡지들은 일본사대의 재정과 진로 문제를 대대적으로 특집하고 있다. 다음은 그 요지.
미국의 사립대학이 학생감소와 인플레에 의한 경영난으로 근년에 2백 개교나 문을 닫고 말았다. 또 명문의 컬럼비아 대학같은데서도 지난 1년반 동안의 정상지출에 적자가 누적돼 골치를 앓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경영난에 빠진 사대의 폐교 예가 속출할 조짐이 적지 않다.
동지사대와 명치대가 작년 11월 학부형에게 보낸 학교 재정에 관한 호소문은 재단과 학교와 학생사이에 큰 소동을 빚어냄으로써 정치문제화 되었다.
또 법정대와 입교대도 재정백서를 내어 사학 경영의 어려움을 구구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같이 일본의 2백98개 사대 가운데 8할이 금년도 학비 인상을 일제히 결정함으로써 사상전례 없는 사대재정의 위기적 증상을 드러내었다.
종래 등록금 인상은 4년만에 한번씩이라는게 개념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그 통념이 무너져 3년에서 2년으로 단축됐고, 이제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해마다 자동적으로 인상하는데까지 이르러 대다수의 부형들은 그 학비부담을 감당키 어려운 실정이다.
문부성이나 사대연맹·사대협회는 『학생과 부형의 괴로움을 모르는 바아니나 부득이한 궁서지책임』을 솔직이 시인하고 있다. 연구와 교육을 임무로 하는 대학은 말하자면 순소비헝의 사업체.
더구나 지출의 대부분을 경상비가 차지하며 그중 약 70%가 교직원의 인건비다. 이 인건비는 인플레로 말미암아 해마다 증가, 20%밖에 안되는 교육연구비를 압박하는 한편 경상수지의 적자를 누적시키고 있다.
이에 비하여 경상수입의 대부분은 학생의 납부금에 절대적으로 의존돼 있다.
학비를 인상치 않으려면 학생 수를 늘려서 커버하든가 연구비와 인건비를 깎아 내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도 교육 내용을 악화시키게 되므로 학비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학비인상과 더불어 경영난 해소의 다른 한가지 기대는 국고보조다.
일본 정부는 1970년 사대재정의 적신호에 짜라 종래의 설립자 부담 원칙을 깨뜨리고 『고등교육에 있어서 사학경비의 반액을 보조하는 5개년 계획』을 마련, 사학진흥재단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달성되지 못해 지난해엔 불과 17%밖에 보조하지 못했다.
사대에 대한 국고보조가 실시되면서 국립대학과의 비교론이 점차 팽창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 고학력 사회로 손꼽히게된 것은 사실 국립대보다 사립대의 공헌이 더 크다.
그럼에도 사대학생이 받는 혜택은 국립대학생의 그것에 비해 너무도 빈약하다. 문부성 집계에 의하면 직원 1인당 학생수가 국립이 8·4인데 사립은 31·5인.
학생1인당 교육비는 국립이 61만엥에 비해 사립은 32만엥. 교사 면적은 국립이 22·7평방m인데 사립은 7·3평방m.
그래서 사대연맹은 『사대생의 재정적 부담은 국립의 4배인데 혜택은 4분의1이며 실질적 이익은 16분의 1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사대연맹은 국립대학과 동등한 보조금을 요구하면서 대학과 정부의 중간에 위치하는 제3의 기관을 만들어 대학자치권을 확보하고 국립과 사립의 구별을 철폐하는 시안을 제기했다.
이는 곧 대학공사론에 준하는 과도적 조치로서의 제3 국립대학론이다.
사대가 그 재산일체를 국가에 양도하여 국비로 자주적으로 운영한다는 골자다.
그밖에도 전 대학을 사립으로 하여 경비의 태반을 국고 부담하는 영국식 또는 대학운영비에 상당하는 장학금을 모든 학생에게 지급하고 국립대학을 법인화하는 교육 쿠퐁제 등 교육계에는 갖가지 사대개혁 시안이 속출하고 있다.
어쨌든 이들 구상의 공통점은 사대가 사적인 경영을 하고 있음에도 공교육을 대행하는 것이며 대학교육의 대중화 추세에 따라 제도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국립·사립의 구별제도가 철폐되어야 한다는데 있다..
과거 재벌이 사학을 세우던 시대는 이제 끝났으며 그것은 공공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1백%공공자금으로 보호되는 국립대학은 지나친 안정감 때문에 경영체질이 부실하며 반대로 사학의 교육과 연구를 충실하게 하려면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바로 중세말기 교회의 진부화 현상으로 종교개혁이 일어났듯이 대학의 대중화 내지 진부화 현상이 현 대학제도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그러한 커다란 변화의 고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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