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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일부 불량 청소년들이 5∼10명씩 떼를 지어민가에 침입해서는 강도 또는 절도를 해 가는 군도 화 현상이 늘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 치고 도 범들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금년과 갈이 가출소년들에 의한 조직적 강·절도의 횡행은 사회 부조리의 한 단면을 돋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범상하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이들 조직 강·절도 단에는 고교 중퇴자나 중학 졸업자까지도 끼여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이 군도들의 생태를 보면 대부분이 어려운 가정에서 가출하여 취직이 여의치 않자, 사회 부조리를 한탄하면서 한 탕하여 멋있게 살아보기 위해 흉기를 소지하고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적당한 숙소도 없이 윤락가나 여관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으며 범행 후 마련한 돈을 공동으로 나눠 가지고 유흥 등에 탕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집단성이 강함을 알 수 있다. 이들이 고립해서는 허약하기 때문에 군집하여 강력한 범행을 하려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성격상 결함도 도사려 있다고 하겠다.
외국 같으면 중졸 생은 이른바 『황금의 알』이라고도 불릴 만큼 어디서나 「스카웃」해 가려고 하는 취직 적령 층이다. 그런데 의무교육을 마친 초 등교 졸업생이나 다수의 중학교 졸업생들이 진학하지 못하여 이들의 활로가 막혀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만 졸업하고도 취직이 되고 건실한 생활을 누릴 수만 있다면 고교진학 문제나 대학진학 문제는 현재와 같이 심각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취직이 잘 안되니까 이들이 무리하게 진학하거나 탈선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정부는 청소년 선도를 위하여 직업보수 학교 등을 만들어 보다 충실한 직업훈련의 기회를 주고 이들의 직업알선에 보다 큰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또 청소년들이 취직하더라도 대우가 인간 이하인 경우에는 반항심만 기르게 되기 쉽다. 정부가 이들에게 최저한의 고령조건만이라도 준수케 했더라도「중국 집 심부름꾼 강도단」과 같은 것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여관과 사창가에서 환락생활을 영위하지 않기 위해서도「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레저」시설·운동시설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의 교화나 여가선용을 위하여 공원을 만들고 운동시설 등을 확충하는 것은 사회복지 정책의 최소한의 요구다.
그러나 이마 만들어진 기성조직 강·절도 단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체포와 처벌이 있어 마땅하다. 도둑들이 군도 화하고 날뛰고 있는 것은 그 동안 국민투표를 비롯한 행정사무 때문에 경찰이 단속을 소홀히 한 때문이다.
「워키·토키」사용의 강·절도 단을 비롯하여「정승 파」등 이 날뛸 수 있었다는 사실부터가 경찰의 예방기능의 상실 때문이다. 사창가나 여관을 무대로 10여명이 군집해서 생활하고 있다면 이들은 강·절도가 아니더라도 범행을 모의하거나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경찰은 이들을 우선 범죄단체 조직 죄로 적발하고 처벌하는데 주저치 말아야 할 것이다.
5·16 이후 검·경찰은 연례행사처럼 폭력범 일제 단속을 실시해 왔는데 최근에는 별 소식이 없는 것도 이상하다.
경제적 불황이 닥쳐올수록 재산범죄가 늘어날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 신에 살상을 가할지도 모를 강도의 횡행이라고 하겠다.
정부는 시민들이 적어도 마음놓고 잠잘 수 있는 최저한도의 안전요건인 강도범만이라도 이를 빠짐없이 검거하고 엄단해 주기 바란다. 주거침입 강도나 노상강도들이 군집 화하면 살상을 일삼게 될 것은 저 유명한 문도식 일당의 범행으로 보아도 명백한 것이다. 경찰이 이것조차 못 막는다면 경찰의 존재이유를 어디서 찾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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