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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hi] '예술의 성찬' 소치 … 정중동 여백으로 답한 평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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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들이 23일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학춤을 추고 있다. [소치 AP=뉴시스]
러시아의 폐회식 공연 중 하나인 ‘피아노 안무’.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는 동안 62대의 피아노가 움직이며 춤을 췄다. [소치 로이터=뉴스1]

8분.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대한민국 평창을 세계에 알리는 데 주어진 시간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밤 러시아 소치 피시트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동행(A Journey Together)’을 주제로 문화예술공연을 펼쳤다. 러시아의 화려한 공연 사이에서 평창은 한국적인 색채로 승부했다.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리랑이 앞장섰고, 학춤·강강술래 등이 뒤따랐다.

 평창의 공연은 이석래 평창군수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으로부터 올림픽기를 전달받은 직후 시작됐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날 공연의 총감독은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을 제작한 윤호진(66)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가 맡았다. 윤 대표는 24일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의 물량공세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정중동(靜中動)과 여백의 미 등 우리 정서를 담아내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종길 국립국악원 수석연주자의 가야금 연주로 시작된 공연은 소프라노 조수미,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 가수 이승철의 ‘아리랑’ 노래로 이어졌다. 아리랑에 맞춰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들이 보여준 학춤은 한 폭의 동양화 같았다. 넓고 검은 스타디움 위에 20명의 무용수가 새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조용하면서도 역동적인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했다. 이어 어린이들이 등장해 눈사람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평창 드림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외국인 어린이들도 스타디움에 올라와 공연단과 함께 강강술래를 췄다. ‘평창 드림프로젝트’는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을 초청해 동계스포츠를 체험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평창군이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재도전한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공연 말미에는 김연아·이상화 선수를 비롯한 한국선수단이 깜짝 등장해 아리랑에 맞춰 함께 춤을 췄다.

 이날 공연에 대해 1988년 서울올림픽 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회식 공연의 안무를 맡았던 국수호(66)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은 “가야금 선율과 학춤 등 동양적 정서가 묻어난 공연이 세계인들에게 신선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리랑을 서양 창법 대신 국악 발성으로 들려주고, 공연 뒷부분 선수들과 함께 어울려 춤추는 부분에서 재빨리 강강술래 대형으로 전환했더라면 더욱 인상적이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 측이 준비한 10개의 공연은 러시아의 문화예술 유산에 대한 자부심으로 채워졌다. 러시아 출신 화가인 샤갈·칸딘스키·말레비치의 작품을 재현했고, 체호프·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 등 러시아 작가 12명의 작품 속 주인공들도 등장시켰다. 또 볼쇼이·마린스키 발레단과 러시아 서커스를 주제로 공연을 펼쳤다. 오륜기를 제대로 표현 못한 개회식의 실수를 재치있는 유머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은색 옷을 입은 700명의 무용수들이 잠깐 ‘사륜기’ 상태를 재연한 뒤 오륜기 형상을 만들어 4만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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