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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투표 참여" 폭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3일 하오4시쯤 서울 종로구 관훈동 신민당 사에 능북 국민학교(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소재)교사인 허헌구씨(25)와 공화당원인 김진환씨(34·서울 도봉구 상계3동107)가 각각 찾아와 자신들이 이번 국민투표과정에서 대리투표에 동원돼 참여했다고 밝히고 부정사태를 낱낱이 폭로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들 2명에게 국민투표 법 위반 죄를 적용,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허씨를 구속하고 행방을 감춘 김씨를 수배했다.
허 교사는『지난 8일 여주군 능서면 부 면장이 능북 국민학교 교직원 실에 면 직원과 교장을 포함한 교사들을 모아 놓고 학부형 집을 호별 방문, 투표통지표를 나누어주면서 찬성 난에 기표하도록 유도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허 교사는『투표당일 학교에 나갔더니 교장이 면 직원으로부터 받은 다른 사람의 투표통지표 1장을 내주면서 대리투표를 지시해 그대로 실행했다』고 말하고 자기 외에 5, 6명의 동료교사들도 교장으로부터 한 사람에 3, 4장씩 대리투표용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허 교사는 자기가 대리투표 할 때 참관인들이 주민등록증의 제시조차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교사들의 학부형 집 방문활동이 유인물로 된 보고서에 기록되어 면소재지에 있는 능서 국민학교에 매일 보고되었다고 덧붙였다.
허 교사는 투표인명부에 자신의 무인을 찍었기 때문에 자신의 대리투표행위가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교사는『어린이들에게 민주국가의 투표과정을 가르쳐야 할 교사로서 엄청난 부정을 체험하고 나서 양심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 부정투표사실을 폭로하게 됐다』면서『가족이나 동료들의 입장을 생각하여 망설였으나 부정을 묵과할 수 없어 고발할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또 공화당 도봉 지구당 당원이라고 밝힌 김진환씨는 투표당일 상계3동 6통장 전진화씨로부터 한번에 2,3장씩 27장의 다른 사람이름으로 된 남녀투표통지표를 받아 대리 투표했다고 말하고 미처 사용하지 못한 2889번 이돈동씨(59·상계3동107)의 투표통지표를 증거로 제시했다.
김씨는 그 날 투표소에는 남자 4명과 여자 10여명이 고정대기, 안내자행세를 하면서 대리투표를 했으며 통장들이 불참자를 파악, 이 대 기자들에게 알려 대리투표를 할 수 있도록 연락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2장을 대리 투표한 후 통장에게『참관인에게 얼굴이 알려져 더 이상 못 들어가겠다』고 말하자 통장 전진화씨는『다들 알고 있는 일인데 뭘 그러느냐』면서 27장을 모두 대리 투표할 때까지 독려했다는 것.
김씨는 공화당부녀차장이 통지표를 많이 가지고 있다 나누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허씨는 14일 상오9시35분 신민당당사에서 영장이 집행되기 직전 여주 경찰서 수사계 형사2명에게 영장제시를 요구, 읽어본 뒤『나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했을 뿐이다. 지시를 해 놓고 복종하니 이제 와서 이렇게 하기냐. 사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하고 순순히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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