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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출판] 학습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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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에도 밀리언 셀러가 존재한다.'먼나라 이읏나라'(고려원.1987, 김영사.2001), 대교의 '만화일기'(1992), 글수레의 '교과서 학습만화'(1993)등은 모두 2백만~3백만부 이상 팔린 어린이책의 빅 셀러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나출판사)와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아이세움)이 밀리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밀리언 셀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학습 만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만화에 학습적 요소를 포함했다는 뜻의 '학습 만화'라는 개념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장르다.

마치 '캔디 캔디'류의 일본 소녀만화가 70년 이후 국내에 유입되면서 여자들이 보는 만화, 다시 말해 순정만화라는 장르로 자리잡게 된 사정과 비슷하다.

학습만화는 대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부자가 된 키라'(을파소)처럼 성인 베스트셀러 혹은 트렌드를 만화화하거나 '무인도에서 살아남기'(아이세움)처럼 스토리를 지닌 만화 구성에 학습 요소를 더하는 방식, 이원복의'신의 나라 인간 나라'(두산동아)처럼 내레이션을 중심으로 정보전달에 치중하는 방식이다. 물론 트렌드를 만화화하는 방식이 단기 판매량에서는 가장 앞선다.

90년대부터 가능성이 엿보이던 학습 만화는 2000년에 출간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가 현재까지 1천만부 가까이 팔려나가며 유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상업 만화를 제외하고, 서점에서 판매되는 단행본 만화로 한정해 판매량을 살펴보면 2000년을 100으로 볼 때 2001년에는 181, 2002년에는 261정도로 증가했다.

이 중 학습만화의 점유율은 절대적이다. 연도별로 편차가 있지만 대략 90% 정도를 차지한다. 2001년에는 94%에 이르기도 했다.

이처럼 학습 만화가 어린이 사이에 인기가 높은 까닭은 70~80년대 '꺼벙이' 등으로 대표되던 명랑 만화의 전통이 일본만화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끊겼기 때문이다.

학습 만화를 제외하면 초등학생이 볼 만한 만화가 없지만 TV 애니메이션 등의 영향으로 만화는 유아기 때부터 어린이에게 아주 익숙한 장르다.

또 하나, 만화방의 추억을 간직한 세대가 부모가 되자 아이들에게 만화책을 '사주는'것을 더 이상 꺼려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물론 학습만화 열풍의 가장 큰 원인은 만화를 보더라도 공부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우리 부모들의 이상 교육열이다.

한미화(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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