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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전통사회의 정치문화와 이데올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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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생제국의 정치현상과 정치발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정치문화를 개념도구로서 구안해 냈다. 종전에는 정치학이 제도와 조직에 역점을 두었던 반면에 지금은 그 구조 안서 작용하는 사회의 전통·규범, 그리고 가치·정서 등에 관심을 두게 되었으며 사회의 제 성원들간에 편재하는 정치적 태도와 의식이 정치체제의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게되었다.
전통체제에서 근대체제로 이행하는 대부분의 신생국가의 정치발전의 방향을 주로 경치체제와 문화간의 상호작용의 분석을 통해서 모색하는데 큰 성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정치문화란 사람들이 그들의 정치세계에 대해서 갖는 지식·정서적 반응·가치기준을 포함한 그것은 개개인들의 정치적 행위 의미와 형태를 부여한다.
전통사회에 있어서 정치적 권위에 대한 태도는 수동적이며 국가를 가족의 확대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고 모든 정치현상을 자연현상의 일부로 생각한다. 이러한 의식을 신민적 혹은 종속적 정치문화라고 정의한다. 한편 선진사회·민주주의 제국에 있어서는 정치가 시민의 것이며 정치적 권위는 그의 적극적인 참여로 확립된다. 그래서 이를 시민문화라고도 한다.

<사회변동 공식 없어 예기치 않은 일 발생>
구체제에서 신체제로 옮겨가는 탈 전통사회의 정치문화는 그 성격에 있어서 복합성을 보여준다. 사회변동이란 단순한 탈바꿈이 아니라 거기에는 도전과 저항의 격동이 소용돌이친다. 기존의 가치와 전통의 붕괴는 반드시 목표로 했던 질서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전통에서 근대로 라는 공식이 그대로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예기치 않았던 방향으로 이탈해 갈 뿐 아니라 전혀 새로운 체제로 결정해 갈 수도 있다.
선진사회는 전통적 요소를 완전히 제거해 버린 것이 아니고 신·구의 양 가치체계가 융합한데서 정치적·사회적 안정을 유지하지만 신생사회는 그 탈 전통 기에서 제 가치간의 대립과 모순을 안고 있다. 정치가 합리적인 조직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지식은 사회성원들은 가지고 있지만 신민적 가치와 규범이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그들의 행동의 기준으로 남아있는 한 합리적인 정치행위는 어렵다. 또 자발적인 참여가 요청되는데 아직도 정치에 대한 정서반응이 수동의 상태에서는 정치참여는 타율일수 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탈 전통사회의 정치문화와 현대적 정치제도간의 상호작용은 순조로울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정당정치만 하더라도 그것이 합리적인 정치과정이지만, 귀속성과 편협성 등의 의식으로 인한 파벌주의와 배타주의의 비합리적 정치문화 안에서 본래의 의의를 상실하고 만다. 구미 사회의 합리적인 정치가 바람직하다는 믿음도 그것이 실질 화되기 위해서는 나머지 가치와 규범이 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신생사회가 겪는 고민임에는 틀림없다.

<근대정치의 목적은 중산층 폭 넓히는데>
정치문화는 사회의 하위문화로서 전체에 통합되어 있는 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체재에 대한 태도와 의식이 고유의 영역으로 독립해서 발달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구조가 점차로 분화하고 경제조직의 합리화와 지역의 도시화가 증진할수록 문학도 합리성을 지니게 되고 따라서 근대정치에 부합하는 행위를 규정하는 환경이 조성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구조와 문화가 결코 어디까지나 상응해서 변하는 것은 아니다. 후자가 전자에 반 율로써 대립하는 경우도 있겠고, 전자가 후자를 이끌지 못하는 예도 많다.
신생사회에서는 기존의 문화에 일치하는 정치의 확립보다는 사회구조의 변형과 더블어 의식구조의 변형도 함께 시도하며 이 목표를 경제성장이라는 근대화의「이데올로기」의 창출로 달성하려한다.
「이데올로기」개념에 대한 논의도 다양하지만 신생국의 지도자들의 정치사상은 산업화·도시화·소득의 향상으로 중산층의 폭을 넓히고 사회계층간의 갈등을 막고 균형을 이루는 중간계급이 형성되면 근대정치의 합리성이 실현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을 소박한 물질주의라고 단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석유파동이 몰고 온 경제위기가 선진사회에서는 사회불안과 정치위기로 비화하는 것을 볼 때 이 물질주의는 소박한 이론만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줄 것이다. 그렇다고 문화의 근대화가 경제성장으로만이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생국의 정치지도자들은 경제성장의 「이데올로기」를 앞세우며 그 실행에 있어서 정부의「이니셔티브」를 강조한다.

<국제관계도 큰 요인 사회변동을 가져와>
그러나 사회변동의 결정요인에는「이데올로기」이외에 자연 국제관계 등의 환경 적 요인이 포함된다. 또 변화는 개개시대의 상황에 따라 그 방향이 달라진다. 오늘날 대부분의 신생사회가 직면하는 어려움은 목표한대로 사회가 변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근대화를 주도하는 세력의 변혁에로의 진정한 자각과 의지다. 근대화는 합리적 가치를 습득한「엘리트」들에 의해 추진된다고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사회·사상의 기타영역에 있어서「엘리트」의 자발적 참여 없이 변혁은 이룰 수 없다.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희생을 각오하더라도 진실한 목적을 위한 진실한 노력은 불가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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