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학자 " 독도 국제법정 가자는 건 불공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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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표적 일본학 교수가 독도를 둘러싼 일본 측의 주장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나섰다. 독일 뒤스부르크대 동아시아학 연구소에 재직 중인 플로리안 쿨마스(56.사진) 교수다.

그는 지난 2일 스위스 권위지인 노이에 취르히어 차이퉁(NZZ)에 '독도, 또는 다케시마. 대한해협 내의 권리와 역사'라는 글을 기고했다.

기고문에서 쿨마스 교수는 '독도 문제를 국제 법정에서 다루자'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 "공평하고 의미 있는 제안일까"라고 물은 뒤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고문 요약="주한 일본대사가 서울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외교관에겐 매우 중요한 자질인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 독도 문제는 역사적인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한국은 독도 문제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처리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의 입장을 패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문제의 역사적인 배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있다. 과거 국제법은 한국의 온전한 존재를 없애 버리고 한.일병합을 성사시킨 도구였다. 일본 정치인들은 이를 근거로 지금도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가 합법적이었다고 강변한다. 한국에서 헤이그는 매우 고통스러운 기억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당시 조선의 고종 황제는 1907년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국제 평화회의에 3명의 특사를 파견했다. 1905년 일본이 을사조약을 맺고 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데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본은 국제사회의 동의하에 헤이그 회의에서 외교적으로 한국을 대표했다. 그 결과 한국의 주권 박탈이 국제법에 의해 적법한 것으로 각인됐다.

그런가 하면 1905년 러.일전쟁을 종결짓기 위해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 체결된 포츠머스 강화조약 때문에 한국은 일본의 피보호국이 됐다. 이 덕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한국은 주권을 상실했다. 한반도는 오키나와와 홋카이도 다음으로 일본이 추구한 팽창정책의 목표였다.

일본은 1870년대 이후 한국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체계적으로 작업하면서 국제법을 매우 노련하게 이용했다. 국제법은 지금까지도 강대국의 명령을 따르고 또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강대국의 권리가 바로 국제법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는 나라가 있다면, 한국이 바로 그 나라일 것이다. 한국의 독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단순히 수자원 등의 물질적인 소득을 위해서가 아니다. 역사적 심층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쿨마스 교수=1971년 5월 일본 유학을 떠나 17년간 현지에서 거주하며 일본학을 연구했다. 현재 독일의 뒤스부르크대에서 현대 일본어와 일본의 문화.역사를 강의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손꼽히는 일본통 학자다. 그는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 일본 재팬타임스 등 유력 언론에 정기적으로 글을 싣고 있기도 하다. 대표 저작으로는 '통제되지 않는 일본, 모범생에서 문제아로' '일본의 시대들 - 덧없는 작은 민족학' '히로시마 - 역사와 후일담' 등이 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 바로잡습니다

4월 7일자 4면의 '독일학자, 독도 국제법정 가자는 건 불공평' 기사 중 국제사법재판소의 약칭은 ICRC가 아니라 ICJ(The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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