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시원찮으니 씀씀이 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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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소득이 쥐꼬리만큼 찔끔 오르자 허리띠는 더 바짝 졸라맸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살림살이 얘기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73.4%로 전년의 74.1%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 소득에서 지출한 돈의 비율인데,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73만원만 썼다는 의미다.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은 지난 한 해 소득이 늘었지만 소폭 증가에 그치자 그만큼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간 평균소비성향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2년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75.9%)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건 체감하기 힘들 만큼 소득 증가율이 낮아서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16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2.1%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본격화했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가계 수입의 핵심인 근로소득(2.8%)과 사업소득(0.4%)의 증가폭이 높지 않았다. 집값·주식시장 침체로 재산소득(-3%)은 오히려 줄었다. 이 여파로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8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관련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더구나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0.4%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정부의 영유아 보육료·유치원비 지원 확대로 가계지출이 정부지출로 바뀌게 되면서 소비 지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지출 감소를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은 체감경기가 좋지 않고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어 앞으로 소비가 얼마나 살아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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