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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토대|벤츠 주식 14% 매입|서독의 여론 발칵 뒤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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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건실한 서구 경제계. 그 가운데서도 대의 격인「다이뮐러·벤츠」자동차회사의 주식 14% (1천9백20억원 상당)가 최근 감쪽같이「쿠웨이트」의 한 토후에게 넘어가 서독의 여론을 발칵 뒤집어 놓은데는 몇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었다.
그 하나는 무엇보다도「아랍」석유 잉여자본. 계속 이와 같은 수법으로 서독 경제에 침투해 들어올 경우 전 서독 경제권이 단숨에「아랍」인의 손아귀에 넘어가진 않을지라도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되어있던 서독경제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불안이었다.
그래서 서독 정부 당국은 이 사실에 대해 전혀 사전정보를 얻지 못한채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 되어 앞으로 서독 안의 주요 기간 산업이 함부로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로 외국인의주식 매입사전 중고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부랴부랴 서두르고 있다.
「크반트」가 소유의「벤츠」주식이「쿠웨이트」인에게 넘어간 며칠 후까지도「벤츠」차의 최고경영진조차 새로운 주주의 신상파악을 하지 못한채 막연히「아랍」석유 재벌 일 것이라는 추측밖에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미「이란」의「샤」(국왕)가 정부의 사전 승인하에 제철 공장 등을 거느린 기간산업체「그루프」재벌주식 25%(외국 자본에 허용되는 최대 지주분)를 인수했을 때도 서독안에선 「크루프」은 기간산업에 외국자본 참여를 허용했다고 정부를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아랍」석유 자본이 서독에 야금야금 파고 들어올 경우 서독의 주식시장은 일대 파탄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서독의 1년간 총 주식 거래액이 약4백억「달러」인데 비해서 74년「아랍」세계가 축적한 잉여자금은 6백억「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니 서독 경제인들이 걱정하는 이유도 알만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서 74년 경제계가 온통 불황에 휩싸이고 있을 때도 불황을 모르는 기업으로 서독인이 자긍하던「벤츠」사의 주식 일부를「아랍」석유 자본에 넘겨주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 또한 서독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것이다.「메르세데즈·벤츠」차는 불황의 바람을 타지 않는 부유층과 지체 높은 고위 관리들만을 고객으로 가져「신분의 상위」으로 통한다는 사실도 이러한 불쾌감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 같다. <베를린=엄효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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