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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미·일 정상 어떻게 지내나|실의·병마와 싸우는-닉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9일로 62세의 생일을 맞은 「닉슨」 대통령은 마치 「연금 생활자」같은 신세로 「캘리포니아」주 「샌클러멘티」의 저택에서 칩거중이다.
「닉슨」이 기거하고 있는 저택 이름은 「라·카세·퍼시픽」.
「스페인」어로 『평온의 집』을 뜻하지만 주인인 「닉슨」은 반대로 실의와 병마, 그리고 고독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닉슨」이 사임하자 가족들은 변호사 시절에 살았던 「뉴요크」에 가서 옛날 친구들과 함께 살자고 「닉슨」에게 권유했으나 변호사 자격도 박탈당한 「닉슨」은 결국 고향에서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
좌족 정맥 혈전 수술 후 한때 사경을 헤매던 「닉슨」은 11월4일 퇴원한 이래 두문불출,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닉슨」측근으로 유일하게 「닉슨」을 따라와 변함 없는 충성을 보이고 있는 「지글러」전 백악관 대변인은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끌려나오는 것을 굴욕으로 생각하며 그 생각 때문에 불면증까지 걸려있다고 전하고 있다.
「닉슨」의 하루 일과는 축구 시합을 TV로 보는 것과 전화로 친구들과 담소하는 것이 고작인데 옛날의 동료나 친구들은 「닉슨」을 방문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두 딸마저 오지 않아 그는 「패트」 여사와 조용히 생일을 보냈으며 외출이라고는 해군 병원으로 혈액 검사를 하러 간 것 뿐. 그러나 그는 전 보좌관들의 석방 소식에 매우 기뻐했다.
또 지난 12월에 발표된 「갤럽」 여론 조사의 인기 「베스트·텐」에 「닉슨」이 의외로 7위를 차지해 「닉슨」을 동정하는 사람이 많음을 나타내었으며 공화당 일각에서는 『「닉슨」 역시 「워터게이트」 사건의 피해자』라는 동정론이 일고 있다고.
개인 비서인 「로즈·메리」 여사는 절망감에 빠진 「닉슨」이 그래도 기운을 잃지 않는 것은 「닉슨」 재단이 건립할 기념 도서관과 회고록 집필에 대한 집념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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