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교포 국적 없어 귀국희망 실현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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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박동순 특파원】30년만에「사할린」에서 일본에 돌아온 편문수씨(57·본적 경북군 위군)는 25일 하오4시30분「요꼬하마」항에 도착한 후『많은「사할린」교포들이 무국적을 고수하면서 귀국을 희망하고 있으나 국적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사할린」을 떠나기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편씨가 도착한「요꼬하마」항에는「사할린」억류 한국인귀화추진위원회 박노학 회장을 비롯,「요꼬하마」민단간부와 영사관직원 등 30여명이 나와 편씨를 맞이했다.
털모자를 쓰고 초췌한 모습으로 도착한 편씨는『왜 큰아들을 남겨두고 왔느냐』는 질문에는 짙은 경상도사투리로『공부한다고 해서…』라고만 대답했다.
또「유즈노사할린스크」에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있으며 도로공사 등으로 한 달에 2백50「루블」(미화 3백35달러)씩 벌고 있으나 생활은 어려운 편이며 출국할 때는 1인당 4백「루블」(미화 5백20달러)을 내야 되고 여비도 많이 들어 경비 때문에 출국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이밖에「사할린」억류교포들 중에는 국적이 없거나 개중에는 한가족이 한국·소련·일본·북한적 등으로 잘라져있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편씨는 44년 징용으로「사할린」에 끌려가 광부와 도로공사 인부 등으로 생활하다 52년 현재의 아내「사노·세쓰꼬」(41) 여사와 결혼, 5남매를 낳았다고 말하고 일본인 아내 덕분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편씨는『30년 동안 고향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고 아들이 군위에 살고 있다니 가고 싶으나 언제 가게 될는지 알 수 없다』고 침통하게 말했다.
이날 편씨와 함께 온 가족은 일본인 부인과 장녀 덕남양(18) 2녀 덕선양(16) 3녀 덕련양(14) 4녀「호년」양(12) 2남 경백군(11)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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