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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보균 칼럼

박근혜 개혁, 박근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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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박보균 기자 중앙일보
박보균
대기자

개혁은 진실 알리기다. 개혁은 선별과 폭로다. ‘공공의 적’ 고르기가 첫 작업이다. 다음은 ‘비정상’의 실상 공개다. 국민은 개혁의 시급함을 실감한다. 그 과정이 국정 소통이다.

 개혁은 소통이다. 개혁은 국민과 함께해야 성공한다. 공기업 개혁 전선은 짜여졌다. 성패는 정권의 소통 역량에 달렸다.

 공기업 이미지는 특혜와 불량이다. 공기업은 만성질환이다. 빚은 눈덩이다. 그 속에서 성과급·위로금 잔치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실태를 직접 공개했다. “부채 상위 12개 공기업이 최근 5년간 3000억원이 넘는 복지비를 지출했다-.”

 공기업 세계에 빚 걱정은 없다. 나라에서 세금으로 갚아 준다. 중독성 높은 특혜다. 세금은 국민 돈이다. 세금은 서민의 졸라맨 허리띠다. 특혜는 양심 불량을 낳는다. 그들은 세금으로 복지 혜택을 넓힌다.

 등록금 계절이 다가온다. 서민은 답답하다. 하지만 “일부 공기업은 해외 학교에 다니는 직원 자녀에게도 고액 학자금을 지급했다.”(박 대통령 지적) 신이 내린 직장의 복리·후생 단면이다. 그 달콤함에 서민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서민은 허탈해한다. 그 분노와 낙담은 떠다니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분노의 공유 창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 국민은 공기업의 진실에 다가간다. 그것이 정책 소통이다.

 공기업 취업 특혜가 있다. 자기네 임직원 자녀에게 주는 혜택이다. 2030세대의 일자리 고통은 심각하다. 젊은 세대 다수는 그 고용 세습에 절망한다. 그것으로 사회 부조리를 경험한다. 정권은 그 좌절과 반감을 해소해 줘야 한다. 그런 불만은 정권 비판으로 그대로 옮겨 간다.

 대중 분노의 동원은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분노의 결집은 개혁의 유효한 수단이다. 박 대통령은 “정책은 살아 있는 물고기같이 펄떡펄떡 뛰어야 한다”고 했다. 분노와의 소통은 개혁 추동력으로 작동한다. 개혁은 살아 숨 쉰다.

 개혁 전선에 긴박감이 감돈다. 공기업 노조들은 저항을 준비한다. 그들은 변신한다. 개혁 깃발이 걸리면 복지 특권을 감춘다. 정권에 탄압받는 약자로 등장한다. 야당은 노조의 환심을 사려 한다.

 노조는 쟁점을 분산한다. 지난해 말 코레일 노조의 복지 탈선이 드러났다. 다수 국민은 개탄했다. 파업 노조는 민영화 이슈를 내놓았다. 쟁점은 혼잡해졌다. 정부는 국민 분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공기업 노조는 경영평가를 거부한다. 부채 원인을 정부 정책 실패, 낙하산 인사로 든다. 그 주장은 맞다. 하지만 실패 요인의 핵심은 아니다.

 노조는 낙하산의 약점을 잡는다. 정치 낙하산, 관료 낙하산 사장은 눈치를 본다. 낙하산과 노조는 결탁한다. 대외비 이면(裏面)밀약이 맺어진다. 공기업 직장은 좋은 임금, 튼튼한 복지로 거듭난다. 그 결탁이 경영 실패의 진짜 요인이다.

 개혁은 단순화다. 쟁점은 간결해야 한다. 공기업 개혁은 그들만의 잔치를 깨는 일이다. 그 간략한 메시지를 끌고 가야 한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호랑이의 집중력’이다.

 유능한 개혁가는 적을 잘 고른다. 공기업 집단은 거대 공룡이다. 첫 대상은 2~3개로 줄여야 한다. 압축은 일부 악덕 공기업을 고립시킨다. 착한 공기업과 대비시켜야 한다. 그것으로 내부의 각성을 유도한다.

 공기업 밀약은 공공질서 문란이다. 낙하산 사장들의 무능과 무기력을 공개해야 한다. 이면계약은 배임이다. 해당 낙하산 경영진을 처벌해야 한다. 낙하산 인사는 치명적이다. 개혁의 추진력을 약화시킨다.

 미국 전직 대통령 레이건은 ‘위대한 소통자(the Great Communicator)’로 불린다. 그의 정책 전달(policy delivery) 능력은 탁월했다. 그는 복잡한 주제를 해부한다. 간결하게 해체시켜 대중에게 알린다. 대중은 변혁을 자기 과제로 여긴다. 관제사 파업부터 그 솜씨는 주효했다.

 혁신은 선과 악의 대립이다. 일본 총리 시절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대립적 구조의 힘을 빌렸다. 그것으로 우정(郵政) 개혁을 이뤄 냈다. 정의와 악한의 고전적 스토리텔링은 파괴력을 갖는다.

 공기업 개혁의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그 이면에는 냉소적 기류도 있다. 반복된 실패의 기억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예외가 될 수 있을까. 개혁은 공감이다. 익숙한 민생과제가 돼야 한다. 첫 단추는 거기서 끼워진다. 정권의 역량과 의지는 시험대에 올랐다.

박보균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