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제자리 기록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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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모든 「스포츠」의 근간이라 할 육상을 비롯, 각종 기록경기는 74년 한해를 또 허송했다. 육상·수영·역도 등 대부분의 기록경기가 남긴 기록의 흉작은 한국「스포츠」 전체의 정체를 의미하는 것.
육상은 세계기록 9초9에 아주 최고기록이 10초F인 남자1백m에서 8년 전에 수립된 10초3을 또다시 깨지 못하고 내년의 숙제로 미뤘다. 단거리의 「호프」로 등장한 오세진(대한주정)이 분발, 10초4까지 끊었으나 오 외에 10초8보다 빨리 뛰어본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2백m에서도 오세진 만이 지난 6월 21초3으로 주파, 종전기록에서 0.2초 단축한 한국신기록을 수립했을 뿐 「랭킹」5위까지의 평균기록은 작년보다 오히려 0.2초 뒤떨어졌다.
4백m는 마의 종목. 까마득한 옛날인 49년도에 엄팔룡이 세운 48초5를 깨기 위해 구본칠(성대)이 7월5일 대만「오픈」육상대회에서 역주해봤으나 1초를 못 당겨 또 실패, 이 종목 역시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후퇴했다.
도약종목 중 높이뛰기에서 박상수(고대)가 지난 5월 아주 대회파견 선발전에서 용약 2m13을 뛰어넘어 한국신을 세워 기염을 토하더니 그 후엔 줄곧 부진, 막상 「테헤란」에 가선 2m밖에 못 뛰는 참담한 전적을 남겼고 넓이뛰기·세단뛰기·장대높이뛰기 등 수준은 크게 후퇴.
「마라톤」은 지난 3월 문흥주와 조재형이 2시간16분대를 「마크」, 외견상 진일보했으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시즌」초의 호기록이 시간과 함께 하강세를 보인 것이다.
문과 조는 그 이후의 대회에서 제 「페이스」를 유지 못하는 불안을 보였고 지난달 선수권 대회에선 2시간24분대의 한심한 기록이 나왔었다.
여자육상은 모두 14개종목 중 올해 6개 종목에서 한국최고기록이 경신되어 성과를 거두긴 했다. 그러나 작년에 중학생으로 1백m에서 12초0 한국신을 세워 앞날이 촉망되던 이인숙(서울 체육고)이 전국체전 때 12초3을 기록, 「랭킹」3위로 전락한 것이나 투포환의 백옥자가 지난 3월 16m96의 한국신을 던졌다가 5월엔 16m40, 9월 「테헤란」선 다시 16m28로 계속 힘이 빠지는 현상 등은 우려할 일로 지적되고있다.
육련 간부는 국제회의에 성실히 참가하는 것만큼 선수들의 기록향상에 열성일줄 알아야하고 모든 육상인은 서로 물고 헐뜯는 독선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육상을 아끼는 「팬」들의 요망이다.
육상 이외에도 역도는 아주 대회에서 3관왕 원신희로 인해 요란스러웠지만 기록 면에서는 거의 타작이고 수영은 더욱 침체, 조오련의 아주대회 장거리 2종목 연패 외엔 기록될 사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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