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는 줄일 수 있다|교육과제「세미나」서 오기형 교수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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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한해동안에 중고교 공납금이 40%나 뛰어 올랐지만 일선학교들의 교육비 부족은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절실한 문제중의 하나다. 학교마다 시설이 모자라 「콩나물 교실」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교사의 사기는 떨어져가고 있으며 교육은 칠판과 분필 뿐의 암기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에 열린 1회 교육발전과제「세미나」에서 오기형 교수(연세대)는 「교육비문제 해결의 기본방향」이라는 강연을 통해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의 교육비부족의 원인이 교육제도의 구조적 결함에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학생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지난 1955년과 비교할 때 20년 동안 국민학교 학생 수는 1.9배, 전체 학생 수는 2.7배로 늘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국가예산은 이를 따르지 못했다. 그만큼 학부형들의 학비부담비율이 커진 것이다.
오 교수는 「도시민의 가계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조사에서 의·식비는 68년보다 72년에 오히려 줄어든데 비해(52.6%→39.4%) 교육비는 6.7%에서 9.l%로 늘어난 것을 밝혀냈다.
먹을 것을 줄이고 입을 것을 입지 않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우리의 현실을 증명해준 셈이다.
그러나 학부모의 과중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교육비는 엄청나게 모자라서 그 60%이상을 교원봉급에 충당해야 한다. 교재·교구·학교운영비를 배려할 여유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렇듯 학교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과외수업비를 비롯한 여러 가지가외비용을 써야하고 이 때문에 일선학교에서의 교육비부족은 더욱 시정되기가 어렵다고 오 교수는 지적했다.
오 교수는 문제해결의 방향을 교육의 구조적 개선과 교육자원의 선용이라는 두 가지 면에서 제시했다.
현재의 학교운영은 교원이 학생의 교육과 교내의 일반사무까지 겸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교육의 능률과 효과를 위해서는 일반사무를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서류와 자료처리(시험지 채점 등)를 담당하고 교재·교구를 다룰 보조원이 따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교원외의 직원을 새로 고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일은 중등학생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오 교수는 교내의 학생 중에서 장학금을 주어 보조원의 일을 맡기도록 제안하고 있다. 일의 양으로 보아 교원 2명에 한 명의 보조원이면 적당하다는 것이다.
교재와 교구는 모든 학생이 각각 사는 것보다 학교에서 필요한 양을 준비하고 학생들에게 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 교수는 교과서도 학교에서 소유하고 학생들에게 장기 대출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물론 일시적으로 큰돈이 필요하지만 책을 1∼2개월 분으로 분책 제본하고 훼손되거나 분실됐을 땐 학생에게 배상케 하면 운영이 가능하리라고 오 교수는 추측했다. <지영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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