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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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제 식량증산왕들이 훈장과 상금을 받았다. 2모작의 전국 증산왕은 지난 해에 10a(1단보)당 802·8kg의 수확을 올렸다. 1모작의 전국 증산왕도 752·8kg을 올렸다. 6백kg 이상의 수확을 올린 농가들도 3만 가구 가까이나 된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린 끝에 빚어낸 수확인지 짐작할만하다. 보통 농가는 같은 면적에서 4백kg조차 거두기 어려우니 말이다.
쌀 한톨이 아쉬운 세상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증산의 여지는 아직도 많다. 우리의 평균수확고 3백69kg(74년)은 「필리핀」의 2백kg보다는 훨씬 많지만 일본(4백kg)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지난 68년까지 실시됐던 일본의 증산왕 기록 단보당 무려 866·5kg이었다. 그런 일본에서도 쌀 증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농원이 개발되고 있다. 씨 뿌리는 시기, 답수의 온도조절, 비배관리, 농약살포량 등을 「컴퓨터」로 정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실용화되면 비좁은 땅의 수확을 3배 이상으로 늘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는 또 해안지대의 사막을 전부 녹화시키려는 거대한 개발계획을 추진시키고 있다.
육식이 주식인 영국에서는 기계우의 연구가 한창이다. 기계 속에 풀을 집어넣어 섬유와 단백질로 분해시킨 다음 열로 단백질을 빼내는 것이다. 그러면 우유대신에 큰 「스푼」하나로 쇠고기 1백g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함유한 해태상 물질이 나온다. 이것을 식용화 하자는 것이다.
가장 큰 규모의 증산계획은 미국의 인공강우 「프로젝트」이다. 「노드·다코타」주의 「바레이」군에서는 농민들이 「에이커」당 10「센트」씩 추렴해서 군 전체에 적시에 인공강우를 내리도록 계획한 것이다. 가뭄은 수확의 제일 큰 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다른 나라들의 증산계획에 비긴다면 우리 나라 농사는 아직도 원시적인 거나 다름이 없다. 증산왕도 결국은 「컴퓨터」와 겨누어 이긴 주산왕과도 같다.
올해 증산왕은 지난해의 증산왕보다 1모작에서는 오히려 28kg이 떨어진다. 평균 6백kg의 수확을 올린 다수확 농가들도 풍년에 힘입은바 컸다.
한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증산에는 한도가 있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증산왕 제도가 폐지된 것도 기록갱신이 신통치 않은 때문이란 말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가 잘만 하면 증산왕처럼 8백kg씩 수확을 올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또 그것을 목표로 해서 증산정책도 세워져 있다.
그러나 모두가 다 증산왕이 된다고 우리네 식량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 나라 미곡의 연평균 총생산량은 7백20여만t 이다. 이게 30%씩 증산된다 해도 인구증가에 따르는 절대소비량에 발맞추지는 못한다.
결국 농토가 모자라는 것이다. 우리의 증산계획도 가내공업에서 중공업적인 「비전」으로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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