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 묻기도 전에 없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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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당은 14일 하오 늦게까지 10개 상임위원회를 열어 33개 법안을 일사천리로 방망이질해 넘겼다.
상공위원회는 10분만에 7개 법안을 통과시켰고, 건설위원회는 15분만에 5개 법안을 방망이질했는가 하면 내무위원회는 단 3분만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의결.
의사일정 순서를 바꿔 여당의 반대강도가 높은 은행법 등을 우선 처리한 재무위원회에서는 어찌나 급행열차식 진행을 했던지 김상영 의원은 법이 통과했는지를 착각했고, 수출입은행법에 대한 질의는 그 법과 또 3개 법안이 통과된 뒤에야 답변을 듣기까지 했다.
한편 14일 밤의 국회법사위원회는 15일 새벽 2시30분까지 강행, 질의·토론도 거의 없이 각 상임위원회에서 몰려온 28개 법안을 무더기 처리.
장영순 위원장이 『원안대로 통과시키는데 이의가 없습니까』라고 채 묻기도 전에 한태연 의원 같은 이는 『없소』라고 미리 대답.
미처 유인이 안된 법안은 관계 직원들이 현장에서 손으로 법안을 필기해서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심야의회에서 여당이 정일형 의원의 징계동의안을 기습 처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아 신민당의 이택돈 박병효 엄영달 의원이 시종 의회장 밖에서 지켜봤고, 야당측은 오히려 야당이 법사위원회 진행을 방해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비, 홍병철 신동관 김용채 최재구 정광호 정무식 의원 등을 증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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