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23)정상에의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조치훈군이 임해봉 전 명인을 물리치고 일본 기원 선수권전에 도전하게 됐다는「뉴스」는 바둑인으로서 뿐 아니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벅찬 감격을 안겨다 주는 것이다.
바둑처럼 외곬으로 파고드는 직업은 중간에 신경쇠약에 걸리기 쉽고 자칫하면「슬럼프」에 빠지기도 십상인데 이 같은 치훈군의 성과는 순조롭게 성장한 대표적인「케이스」로 볼 수 있다. 이 같은「페이스」가 계속되면 일본의 최고「타이틀」」인 명인이나 본인방도 시간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치훈 군은 6세 때 도일, 5년 만인 11세에 입단함으로써 최연소 입단기록을 세웠으며 그후의 입단과정도 계속해서 최연소 승단기록의 연속이었다. 일본기계에서 활약한 외국인의 예를 보면 우선 오청원 선생을 들 수 있는데 그는 중국인들이 일본에 의해 심한 박해를 받고 있을 즈음 바둑으로써 일본의 거물들을 모조리 물리침으로써 중국의 영웅으로 추앙 받았다.
그 뒤를 이어 임해봉 전 명인이 일본기계를 석권한 것은 한국인으로서도 흐뭇한 일이었는데 이번 치훈군의 성과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그 성과는 일본기계의 4위에 해당하는 일본기원선수권전의 도전권을 획득했다는 정도지만 치훈군이 이미 석전 대죽 임해봉 등 강자들을 차례로 물리쳤으며 그가 앞으로 5번기로 선수권을 겨룰 판전 전 명인은 이미 55세로 전성기로 보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밝은 전망을 안겨다 주는 것이다.
바둑이라는 것은 다소의 운도 작용하는 것이므로 이 대결에서 치훈군이 꼭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만은 없고 치열군 자신도 앞으로 더 성장할 소지를 많이 남기고있으나 그가 일본기계를 석권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민의 성원·국가 의 뒷받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해봉 전 명인의 성장과정을 봐도 병역면제 등 정부의 뒷받침과 본국 국민의 열렬한 성원이 큰 힘이 되었던 것을 볼 수 있으니 만큼 치훈군에게 보다 밝은 앞날이 있기 위해서는 이 같은 배려가 있어야할 것 같다. 조남철<기사·8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