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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불만」이 부채질-줄다리기 이틀-국회 정상화협상 경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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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는 여야의 하찮은 문구다툼으로 회기 말의 귀중한 이틀간을 허송하고 13일 가까스로 정상을 되찾았다. 숨가쁘게 밀고 당기던 여야의 절충이 12일 밤늦게 타결된 것.
김진만·고흥문씨간에 이루어졌던 합의가 김용태·김형일씨 손으로 넘어가 몇 개의 자구를 고쳤을 뿐 당초의 합의사항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큰 소동이 벌어진 것은 정치풍토를 그대로 대변한 것.
여야당 내부에는 협상의 주역에 대한 집안 불만이 깔렸다는 관측이 바로 그것이다.
「헌법」과 「헌법개정」은 표현상 차이가 있지만 대정부질문의 의제인데다 의제와 관계없이 개헌질의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용어싸움이 아닐 수 없다.
12일 하오에 열린 2차 총무회담에서 여당측은 대정부질문 의제를 정부· 경제· 사회 등 포괄적으로 표현하자던 상오의 새 안을 철회하고 질문의제 1항을「헌법 및 안보」로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종용.
그러나 김형일 총무는 「신민당이 주장하는 헌법개정여부」라는 표현이 최후선이라면서 후퇴하지 않았다.
김용태 총무는 『그렇게 긴 의제가 어디 있느냐』면서 『그렇다면 「공화당과 유정회가 반대하는」이란 문귀도 붙여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김형일 총무는 『그것도 필요하면 넣으라』고 응수.
2차 총무회담도 진전 없이 끝난 후 박준규 공화당 정책위의장은 신민당 총무실로 김 총무를 찾아 중재를 시도. 새로운 안으로 「헌법 및 안보」로 하되 의장이 구두로 『이 의제는 신민당이 주장하는 개헌문제를 주로 질의하는 것입니다』고 선포하게 하자고 제의.
김 총무는 『구두로 할 수 있다면 왜 의제에는 명기할 수 없느냐』고 일단거부. 박준규 공화당 정책위의장과 김형일 신민당 총무는 저녁 9시부터 조선「호텔」에서 25분간 다시 만났다.
30분쯤 먼저 와있던 김 총무는 5원짜리 동전을 20개나 바꿔 고흥문·이철승·정해영·김원만·정헌주·신도환·이중재·류치송 의원 등 당 간부들에게 공중전화를 걸고 여당측의 최종안을 설명했다.
박준규-김형일씨는 뒤이어 조선「호텔」에서 국회로 옮겨 마침 남아있던 이병희 무임소장관과 9시50분부터 마지막 3자회담.
약 20분간 만난 후 김형일 총무는 『결심이 서있다. 내일 발표하겠다』고 말해 여당측 최종안의 수락의사를 처음으로 비쳤다. 김 총무는 이날 밤 11시30분쯤 김영삼 총재와 통화, OK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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