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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화가 통한 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기국회가 폐회되는 오는 18일까지의 의사일정에 관하여 여야가 합의를 보고 11일부터 국회가 정상화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국회 의장단과 여야 총무단 연석회의에서 이루어진 이와 같은 협상의 성과는 야당의 개헌원외투쟁, 여당의 예산안 단독심의, 그리고 지난 주말의 야당의 국회 농성 등으로 경직 일로를 달리고 있던 연말 정국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이번 여야의 협상에서 합의를 본 조건들은 첫째 12·7경제특별조치에 대하여 정부측으로부터 자진 보고를 듣고, 대정부 질문을 벌이며, 둘째로 여야 공동으로 대통령에게 정치범 석방을 건의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며, 셋째 내년 2월에 임시국회를 소집해서 야당이 제안한 정치법안 및 동의안 등을 다룬다는 것 등이다.
국민 생활 전반에 걸쳐 심층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12·7경제특별조치나 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정치범의 석방 문제 그리고 국정의 기본틀을 개선하려는 정치법안 등 그 중의 어느 하나인들 국민 대의 기관인 국회를 제쳐놓고 다루어 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국회의 지위와 기능을 스스로 폄하 내지는 부정하는 강경 자세로 확집하였음은 의회주의의 존립 자체를 흔들리게 하는 불안과 불신감을 국민 사이에 심화시켜 놓은 게 사실이었다.
국회란 국민 사이에 이해와 의견의 대립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그 존재 의의가 있는 것이요, 그처럼 서로의 입장이 상충하는 까다로운 문제를 덮어두고 회피하기 위해서 문을 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가의 모든 공사는 마땅히 국회에서 토의되어야 하며 사사로운 문제가 아니고선 국회에서 다루지 못할 「터부」란 존재치 않는다. 신민당이 주장하고 있는 개헌 문제가 어떠한 우여곡절을 겪든 간에 내년 2월의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되리라 하는 것은 이점에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여야 협상의 커다란 성과는 대통령에게 구속 인사 석방을 요구하는 여야 공동 결의문을 채택키로 했다는 합의다. 금년 가을부터 대학가·종교계·각계 각층의 재야 인사들로부터 줄곧 주장되어 온 이 요구에 대해서 마침내 여당도 동조하게 되었다는 것은 난국 타개를 위한 여당의 올바른 시국 인식의 소치로 평가하고 싶다.
정부는 이미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감 중이던 장준하 전 국회의원 등을 비롯해서 조윤형·김상현·조연하씨 등 세 전 국회의원을 최근 형집행 정지 또는 가석방 등으로 출감시킨바 있다. 많은 국민은 이러한 정부 조치가 국내의 정치적 화해 분위기 조성을 촉진케 하는 배려로 환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저물어 가는 올74년의 우리나라 정국은 대통령 긴급조치로써 새해가 밝고 그 긴급조치의 마무리를 하면서 한해가 저문다고 볼 수 있다.
외교·경제·사회 제분야에 난제가 산적하고 있는 새해를 맞이하기 앞서 국회는 앞으로의 난국을 화로써 뚫고 나가기 위해서 남은 기간이나마 좀더 생산적인 정치적 토론을 전개해 주기 바라며 정부 또한 국내 정국의 경색을 푸는 방향으로 전진적인 자세를 보여 줌으로써 보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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