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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 공연 뒤 지붕서 '쿠르르르' … 1분 지나자 휴지 구겨지듯 무너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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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17일 오후 3시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마우나리조트. 부산외국어대 신입생과 재학생 등 1012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대학 총학생회 주도로 1박2일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기 위해 찾은 것이다. 리조트 주변에는 지난 9일부터 내린 눈이 60㎝ 이상 쌓여 있었다. 이날도 간간이 눈발이 날렸다.

 과별로 방을 배정받은 학생들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후 8시부터 체육관에 모여들었다. 체육관에서는 2시간 동안 첫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 한꺼번에 1000여 명이 행사를 진행할 수 없어 아시아대학 학생 565명이 먼저 참여했다. 2시간 뒤에는 나머지 미주·유럽대학과 글로벌자유전공학부 학생 순서였다.

 행사는 총학생회 간부의 대학생활 소개로 시작됐다. 이어 오후 8시30분쯤부터 레크리에이션 코너가 진행됐다. 이벤트 업체 직원이 마이크를 잡고 흥을 돋웠다. 시끌벅적한 음악소리도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재학생 응원단의 공연이 끝나자 신입생들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즐거울 것만 같았던 오리엔테이션은 거기까지였다. 오후 9시5분 ‘쿠르르르’ 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소리가 나고 딱 1분 뒤 학생들의 머리 위로 지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휴지처럼 구겨지며 무너졌다. 지붕 위에 쌓인 60㎝의 눈더미도 함께 쏟아졌다. 지붕이 완전히 붕괴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초 정도였다. 순간 체육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살려달라”는 학생들의 아우성만 들렸다.

 학생들은 무대 반대편의 출입문을 향해 달렸다. 한꺼번에 몰리면서 넘어진 학생 위로 또 다른 학생이 덮쳤다. 출입문을 찾지 못한 학생들은 창문을 부수고 탈출했다.

 하지만 80여 명은 탈출하지 못하고 갇혔다. 무너진 구조물 틈에 다리가 끼거나 패널 조각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채로였다. 체육관이 무너진 지 30여 분이 지나자 119구조대가 도착했다. 육군 50사단과 해병대 1사단 구조요원 300여 명도 굴착기 등 장비를 들고 달려왔다. 구조작업은 다음 날 오전 9시30분이 돼서야 끝났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구조대원을 만나지는 못했다. 10명이 결국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 신입생이었다. 부상자도 105명이나 됐다.

경주=차상은 기자

◆사망자 명단(10명)= ▶고혜륜(18·여·아랍어과) ▶강혜승(19·여·아랍어과) ▶박주현(18·여·비즈니스일본어과) ▶김진솔(20·여·태국어과) ▶이성은(20·여·베트남어과) ▶김정훈(20·남·미얀마어과) ▶윤체리(19·여·베트남어과) ▶박소희(19·여·미얀마어과) ▶양성호(25·남·미얀마어과) ▶최정운(44·남·이벤트 회사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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