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미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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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일 밤(현지시간) 미국인들은 숨을 죽이며 미국이 또 하나의 전쟁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개전 연설에 이어 미 국무부가 이라크의 잠재적 보복테러를 경고하는 경계령을 내리자 일부 시민들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라앉은 분위기=뉴욕 시민 7백여명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19일 밤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타임 스퀘어에 모여 부시 대통령의 개전 연설을 지켜봤다. 워싱턴 등 대도시의 일부 교회에서도 최후 통첩 시한이었던 오후 8시부터 신자들이 대형 스크린 앞에 앉았다.

뉴스를 접한 많은 미국인은 불안감에 침묵했다. 일제히 생중계에 들어간 미국의 주요 TV방송들은 1991년 걸프전 때보다는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로 전황을 차분히 보도했다.

◆공격 찬반 논쟁=라디오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들과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는 이라크전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전쟁 발발 직후 공영방송인 C-SPAN TV가 편성한 찬반 의견 프로그램에서는 "난 오늘 미국이 부끄러워 잠도 못잔다"는 주장과 "9.11 희생자를 벌써 잊었느냐"는 반박들이 이어졌다.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반전 시위가 지속됐다. 이날 개전에 앞서 뉴욕에서는 3백여명의 시위대가 유엔본부로 행진하다 45명이 체포됐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반전 시위에 참가한 한 남자가 '정부 당국에 전하는 글'을 남기고 금문교에서 강으로 뛰어들어 자살했다.

◆보복 테러 경계령 강화=미 국무부는 이라크 공습 2시간 만에 성명을 통해 세계 전역의 미국인들에게 생물.화학무기 사용을 포함하는 이라크의 잠재적 보복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는 경계령을 내렸다.

연방수사국(FBI)은 주요 시설물 주변에 대한 검문.검색은 물론 전화통화.인터넷 메일 등에 대한 무작위 감시 작업에도 착수했다. 워싱턴.뉴욕에 있는 이라크 외교관들의 차량에 대해 미 당국은 '첩보 활동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렸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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