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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만이라도 찾아 주자는 한적의 제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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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한적십자사는 29일 남북적 회담 제6차 실무회의에서 남북으로 갈라진 60세 이상 남녀노인과 그들의 자녀 및 친척들이 판문점에서 자유상봉, 자유방문 및 서신교환을 동시에 실시할 것을 북적 측에 제안했다.
현재 정체상태에 빠져 원점에서 맴돌고 있는 남북적 회담을 어떻게 해서라도 정상화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으려는 성의에서 한적이 적극적이며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또 이 제안은 일부 이산가정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는 하나 사실상 전반적인 남북교류 실시를 위한 제1단계 조치를 요구하는 과감한 제안이다. 그리고 노부모 찾기 시범 사업은 이산가족 찾기 운동 중의 다른 문제에 비해 비교적 쉽게 진전시킬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현실적인 타당성을 갖는다.
이 제안은 때마침 「유엔」 총회에서 한국문제가 토의되고 있으며, 열강을 비롯한 「유엔」 내외의 여론이 한반도의 긴장 아닌 평화를 위해 대화촉진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국제적으로도 많은 공감을 사게 될 것이다.
남북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남북대화를 통하는 길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이산가족들의 고통과 비극을 덜어 주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틀이 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이데올로기」나 정치체제 이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단 남북한 문제에 그치지 않고 동서간의 화해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서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자는 명목으로 소련이 「유럽」 안보회의를 제기하고 그 회의가 현재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큰 과제는 자유로운 인적교류이며 그 중에서도 이산가족의 재결합에 관한 문제이다.
때마침 지난 29일의 외신은 「유럽」안보회의가 그 동안 이 회의의 진전을 가로막아 온 중요 문제였던 이산가족의 재결합에 관해 근본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한다. 세계 조류가 이런 판도에 있는데도 남북적 회담에서 동일 민족인 우리의 가족과 친척을 찾아주되 그 중에서도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부모만이라도 찾아주자는 한적의 제의조차 북적이 무턱대고 반대만 할 것인가.
북한은 아직도 대화를 추진하는 것보다는 그들의 대남 기본전략에 입각해 남한의 내부혼란을 추구하면서 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정치적으로 불리하다고 착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산가족 찾기 운동은 명실공히 4반세기여에 걸친 남북간의 대립과 긴장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된다는데서 북적은 한적의 성의 있는 이 제의는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만약에 북적이 종래의 전략전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부모 찾기 시범 사업마저 끝내 거부하면, 그것은 남북동포의 염원에 철두철미 반역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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