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푸락치 사건>
북괴의 6·25남침이 있기 1년 전인 49년3월께부터 제헌 국회 주변에서는 외군 철퇴 안 상정 운동·미군 철퇴 요청 진언서 제출·남북 통일 협상 등 심상치 않은 일련의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제헌국회 안의 김야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들의 모임인 동성회 소속 의원들이 주동이 되어 점차 동조자를 규합해 가는 양상을 띠고 있었다.
당시 북괴는 남로당의 대남 정치 공작대에 이른바 「7원칙」의 실현을 지령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음모를 계획하고 있던 때라 수사 당국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이들 의원들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북괴의 이른바 7원칙이란 ①외국 군대의 완전 철퇴 ②남북한의 정치범 석방 ③남북 정당 단체 대표로 정치 회의 구성 ④정치회의 아래 보통 선거를 실시, 최고 입법 기관 구성 ⑤그 입법 기관은 헌법을 제정하고 정부를 수립하며 ⑥반 민족자 처단 ⑦조국 방위군의 재편성 등이다.
국회 안 소장파 의원들의 움직임은 7원칙의 실현을 내건 북괴의 노선과 방향이 너무나 같았기 때문에 세간에는 『이들의 배후에 무엇인가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의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었다.
이들은 당초 국회에 외군 철퇴 안을 상정시키기로 했으나 이 안은 이미 두 차례나 부결되었기 때문에 또 부결될 가능성이 짙어지자 미군의 조속한 철수를 요망한다는 내용의 진언서를 작성, 서명 날인 운동을 벌였다.
김야수 의원은 노일환·이문원 등 15명의 의원을 서울시내 중구 충무로 2가 청향원에 초대, 향연을 베푼 뒤 각자가 2∼6명씩 책임지고 서명 운동에 참가시키기로 합의, 그해 3월16얼까지 모두 62명의 서명 날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김야수 의원은 사흘 뒤인 그달 19일 이 진언서를 덕수궁에 있던 「유엔」한위 사무국장 「하이만」에게 가지고가 『우리 62명의 의원은 군사 고문단 설치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미군 철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이들 의원들의 동향을 분석한 끝에 무엇인가 석연치 못한 점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조사를 하기로 했다.
당시 서울시경국장으로 재직했던 나는 시경 사찰과 분실에서 이들 의원들의 동태에 관한 분석과 함께 이들 의원들을 미행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나대로 한동안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국회의원의 뒤를 캤다는 것은 본인들에게 알려 질 경우 나 개인의 정치생명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의 입장까지 난처해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운하 사찰과장과 김호익 사찰분실장을 비롯한 사찰과 간부들을 모두 내방으로 불러다 수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상의한 결과 일단 몇명의 의원들을 미행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나는 즉시로 사찰과 형사 한명을 오제도 검사에게 보내 경찰의 의견을 보고했다.
검찰에서도 내사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경찰이 미행대상자로 꼽은 의원은 소장파의 중심인물인 김야수·노일환·이문원·김옥주등 4명이었다.
나는 또 내무부로 장경근 차관을 찾아가 같은 내용의 보고를 하고 승낙을 받았다.
이 같은 중대한 일을 장관이나 치안국장에게는 보고하지 않고 차관에게만 보고하게 된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내무부장관 김효석은 뒤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용공주의의 태도를 보여 석연치 못한 처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주요사건은 되도록 알리지 않고 장 차관과 상의해서 처리했었다.
김효석 장관에 대한 이같은 의심은 6·25때 그가 월북한 사실로 미루어 보더라도 상당히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고 믿고 있다.
또 치안국은 그 당시까지도 좌익 「푸락치」가 일부에 도사리고 있어 시경에서 다루는 사건을 보고만 하면 얼마 안돼 비밀이 새나가기가 일쑤였다.
이 때문에 그때는 시경에서 다루는 사건은 절대로 치안국에 알리지 않았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끝에 나는 최운하 사찰과장에게 김야수 의원 등 4명을 미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나의 지시를 받은 최 과장은 민완 형사로 이름났던 김윤쾌 경사, 이종렬·마종국·곽묘득·오상직·이중재 형사들로 특별 사찰반을 구성, 본격적인 내사를 시작했다. <계속>계속>국회>
(1202)<제자 김태선>|<제41화>국립 경찰 창설 (40)|김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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