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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간부들 내부자료 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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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가정보원 도.감청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黃敎安)는 국정원 감찰자료를 유출한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으로 지난 19일 밤 긴급체포한 국정원 광주지부장 李모(1급.전 감찰실장)씨를 이틀째 조사했다.

김회선(金會瑄) 서울지검 1차장검사는 특히 20일 "李지부장과 沈모(3급)과장 등을 상대로 감찰자료 유출 혐의보다는 이번 수사의 본류인 도.감청과의 관련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고 말해 도.감청 의혹과 관련한 부분에서의 수사 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沈과장은 지난 18일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은 뒤 20일 일단 귀가했다.

金차장은 또 "21일 그동안 수사한 내용과 국정원 내부 감찰정보 유출 부분을 수사하게 된 경위, 앞으로의 수사 방향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아닌 수사상황 설명회를 갖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한편 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 국정원 현직 간부를 잇따라 긴급 체포함으로써 두 사정기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자료 유출 혐의 확인=검찰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국정원 도.감청 의혹을 제기한 후인 지난해 12월 국정원이 자체 감찰해 작성한 내부 감찰자료를 李지부장과 沈과장이 한나라당 관계자들에게 유출한 혐의는 일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李지부장도 단순히 내부 자료 유출 혐의 정도만 확인될 경우 불구속 수사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그러나 수사 진전에 따라 고위간부로서의 책임문제를 감안,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을 통해 도.감청 여부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국정원 냉랭한 기류=검찰은 두 간부를 긴급 체포하기 전 국정원에 이들의 피의내용 등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국정원이 불법 도.감청을 한 사실이 없고, 두 간부의 비위도 이와 관련없는 곁가지(내부 감찰자료 유출)인데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국정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내부정보 유출 등은 국정원이 자체 감찰로 처리하던 사안이었다. (검찰파동 등에 대한)국면 전환용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지시가 있은 다음날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체포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국가적 의혹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긴급체포가 불가피했다"며 "수사대상에 성역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21일 수사상황 설명회를 갖는 것도 국정원의 반발 기류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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