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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전쟁] "下下下"… 불황기의 求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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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요즘 유통업체 유행어는 '넌 안 내리느냐'다. 소비자들이 값을 내리지 않으면 아예 찾아오지도 않기 때문이다. 올들어 유통업체들의 대규모 할인행사가 부쩍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이라크 전쟁 등 세계 정세변화로 인해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자 유통업체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할인행사가 봇물을 이루는 데다 가격인하 폭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일부 업체들은 반값 판매전으로 고객의 눈길을 끌고 있을 정도다.

◆세일 기간 더 늘려잡은 백화점=21일부터는 백화점들이 브랜드세일에 들어간다. 브랜드 세일은 정기세일의 전초전 형식이다. 정기세일을 기다리느라 백화점에 가기 꺼리는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열린다.

이 브랜드세일은 보통 일주일 정도였지만 올해는 열흘로 늘렸다. 업체들의 행사 참여율도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브랜드세일 참여율은 50%정도였지만 올해는 64%에 이른다. 가정용품과 식품은 90% 이상의 참여율을 보이고 있으며 신사 정장 76%, 잡화 61%, 숙녀 정장 48%의 브랜드가 참여한다.

전년도 재고 상품을 정가의 60% 이상 인하해 파는 이월행사도 많다. 균일가전.개미장터.3일장.한정판매 등 다양한 명칭의 이월행사가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 숙녀캐주얼팀 우길조 바이어는 "지난해에 비해 이월행사가 15%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부터는 봄 정기세일이 시작된다.

세일 기간이 예년보다 2~3일 정도 더 길어졌다. 지금까지 정기세일은 금요일에 시작해 열흘 후인 일요일에 마무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하지만 올 봄엔 화요일인 1일에 시작해 일요일인 13일에 끝난다.

신세계백화점 판촉팀 정병권 부장은 "2,3월 봄 신상품 판매가 저조하고 재고가 많이 남아 조금이라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봄 정기세일을 더 늘려 잡았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 '노세일'을 고집하던 브랜드들의 참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구매.반값 판매전 펼치는 가전전문점=가장 경기를 많이 타는 게 가전분야다. 목돈이 드는 가전제품의 경우 새로 사기보다 고쳐 쓰는 쪽을 택하기 때문이다.

테크노마트 양승원씨는 "혼수 품목조차 줄어들고 있으며 가스오븐레인지 등 주방 가전과 PC 구입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전제품 전문점들은 고객을 끌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전자랜드21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로 사용하는 공동구매 방식을 도입했다. 김치냉장고.TV 등 일부 품목에 한해 단체 구입시 가격을 할인해 준다. 2명이 모이면 1인당 5만원, 3명이면 1인당 8만원을 돌려준다.

테크노마트는 미끼상품을 대폭 강화했다. 오는 29일부터 4월 20일까지 매일 5명을 추첨해 디지털TV.홈시어터 등을 반값에 주는 파격적인 행사를 실시 중이다. 이마트도 오는 30일까지 파격적인 가격으로 가전제품 판매 행사를 진행 중이다. 제품에 따라 1만~10만원의 신세계 상품권도 증정한다.

◆파격적인 전단지로 눈길 끌기 경쟁도= 그랜드마트는 기획행사 전단지에 '상상초월 최저 가격선언'이라는 제목 아래 '우리는 겉만 요란한 과대광고는 하지 않습니다''가격 누가 더 저렴할까요?' 등의 부제목을 달았다. 주 1회씩 점장들이 모이는 회의에서는 보다 더 파격적인 내용의 행사 타이틀을 결정하느라 바쁘다. 조금이라도 주부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다.

치열해지는 가격 경쟁 속에서 파격적인 전단지 제목 달기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마트는 '365일 전상품 최저가격'을 내세우고 있으며, 롯데마트는 '대한민국 최저가 에누리 쿠폰 대축제'를 제목으로 잡았다.조금이라도 튀어보려는 업체간의 색깔과 디자인 경쟁도 치열하다.

전단지는 유통업체들로서는 가장 높은 영향력을 가지는 광고매체. 주부들이 전단지를 통해 방문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별 광고예산 중 전단광고비가 50~80%를 차지한다.

그랜드마트 마케팅팀 정순관 부장은 "할인점 초기엔 상품을 강조했고 다음엔 가격을 강조했으나 최근에는 행사 제목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며 "비슷한 가격 및 상품, 전단지 등으로 업체간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조금이라도 튀는 제목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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