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들이 앞에 있는 바람에 뒷사람 덜 다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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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허벅지에 파편이 박혀 있는데 16시간째 지혈만 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이집트 폭탄 테러로 부상한 최정례(67·여)씨의 사위 윤성노(40)씨는 17일 오후 충북 진천중앙교회를 찾아 이렇게 전했다. 윤씨는 정부 관계자가 이날 오전에 “치료를 잘 받고 있으니 2~3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고 연락해 와 안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잠시 뒤 최씨와 직접 통화해 보니 상황이 영 딴판인 것을 알고 놀랐다고 했다. 윤씨는 또 최씨 이외에 부상자 13명도 병원 시설이 열악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상자들은 테러가 발생한 시나이반도 타바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탄 테러 부상자가 다니는 진천중앙교회는 이날 하루 종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목숨을 잃은 김홍열(64·여)씨의 유족은 오열했다. 김씨의 둘째 딸 윤수희(35)씨는 교회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어머니의 영정을 붙잡고 “믿을 수가 없고 고통스럽다”며 눈물을 쏟았다. 김씨 유가족과 교회 관계자 등은 18일 새벽 이집트로 떠났다.

 피해자 가족과 신도들은 무사 귀환을 기도하며 교회에서 밤을 지샜다. 우정숙(47·여)씨의 부친 우태규씨는 “새벽에 딸에게 전화가 왔다. 입술이 찢어지고 다리에 파편을 맞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씨는 “당국에서 현지 실태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속만 태우고 있다”고 했다.

 테러 순간 가이드들의 희생으로 피해가 적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스라엘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는 유재태(62)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버스 입구 쪽에 서 있던 가이드 두 분이 폭탄 파편을 막아주는 바람에 뒤쪽 사람들이 덜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어 터지는 듯한 굉음이 들린 직후 버스 앞쪽이 화염에 휩싸였다”며 “일부는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글=신진호·이서준·최종권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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