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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살려달라" 비명소리…10초 안돼 완전히 무너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참 레크리에이션을 하는데 갑자기 위쪽에서 ‘우지직’ 소리가 들렸다. 2, 3초 후 무대 앞쪽 천장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입구 쪽에 있던 나는 얼른 도망쳐 나왔다. 돌아보니 일부 학생들이 무너진 구조물에 깔린 상태였다.”

부산외대 2년 최명진(21)씨는 18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현장을 이렇게 묘사했다. 당시 그는 선배 자격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 중이었다. 그는 “학생들이 뛰쳐나오다 넘어지고, 거기 걸려 다른 학생이 넘어져 비명을 질렀다”고 전했다. 또다른 학생은 “완전히 무너지는 데 10초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붕괴된 직사각형 체육관은 건물 지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벽만 남아 서 있었다. 입구에 가까운 쪽에 있다가 몸을 피한 학생들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 친구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 1학년 김소희(21)씨는 “황급히 빠져나오긴 했는데 친구 1명이 보이지 않는다”며 현장을 헤맸다.
당시 체육관에서는 리조트에 간 1000여 명 학생 중 아시아대학 소속 신입생 370여 명과 재학생 180여 명이 오리엔테이션 중이었다.학생들은 “체육관 중앙에 중국어ㆍ태국어ㆍ아랍어과가 있었다”며 “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는 경북경찰과 경북소방본부, 해병1사단과 육군 50사단이 출동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처음엔 깔린 건물 속 곳곳에서 비명소리와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으나 오후 11시가 넘자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구조대들은 아직 수십 명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측은 이날 밤 늦게 까지 사고를 당한 학생 수를 파악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자정이 넘어 일단 객실로 돌아가 휴식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조립식으로 지어진 체육관 지붕이 60㎝ 이상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체육관은 내부에 기둥이 없다. 게다가 지붕은 샌드위치패널로 돼 있어 눈의 무게를 견디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상 1㎡에 눈 10㎝가 쌓였을 경우 그 무게는 약 14㎏에 이른다. 체육관 지붕 넓이가 120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쌓인 눈의 전체 무게가 100t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최근 경주시 곳곳에선 폭설에 따른 각종 붕괴 사고가 잇따랐다. 마우나오션리조트가 있는 경주시 양남면에서 축사 5동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으며, 경주시 북부동에 위치한 계립초교 강당 철제 지붕이 역시 눈 때문에 붕괴됐다. 눈은 9일 시작돼 12일부터 집중적으로 내렸다. 사고가 일어난 17일에도 눈이 계속돼 구조대가 부상자를 병원에 옮기는 데 애를 먹었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따뜻해 눈이 살짝 녹으면서 물기를 머금어 더 무거워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건국대 안형준(건축학과) 교수는 “눈이 물을 머금으면 무게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며 “특히 무너진 체육관 같은 조립식 건물은 지붕이 경사지지 않고 평평해 눈 무게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경주는 눈이 잘 오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체육관 공사를 하면서 눈 하중에 대해 특별히 고려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는 2006년 11월1일 설립됐다. 운영사인 코오롱 그룹 계열인 마우나오션개발이다. 사고가 나자 코오롱은 안병덕 ㈜코오롱 대표를 중심으로 경기도 과천 본사에 긴급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이웅렬(58) 코오롱 회장도 이날 자정 넘어 대책반에 나왔다. 코오롱 측은 “이번 사태를 참담한 마음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인명 구조와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위성욱 기자, 안효성ㆍ김현예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 뉴스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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