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워싱턴」서 동경까지|본사 김영희 특파원「포드」수행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제럴드·포드」미대통령의 첫 해외나들이에 하늘은 그렇게 축복하여 주는 것 같지 않았다. 17일 아침 백악관 잔디밭에서 가진 출국식전 때는 우중충하던 하늘이 진눈깨비를 내려 쏟았다. 「앤드루즈」공군기지 역시「포드」대통령이 가지고 떠난다는 낙관론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포드」대통령이 「76년의 정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대통령전용기로「알래스카」에서 잠시 급유, 15시간동안 7천「마일」을 날아 일본영공에 막 들어서자 대통령전용기와 두 대의 기자용 비행기는 격심한 난기류를 만나 10분 동안이나 짙은 구름 속에서 널뛰기를 했다. 심한 경우에는 비행기가 12「피트」나 급강하하여 선반 위에 있던 물건들이 굴러 떨어지고 여기저기에서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이 지나갔다. 일본기자는 이것이 바로 지금의 미·일 관계를 상징한다고 중얼거렸다.
「포드」대통령이 출국인사와「하네다」공항에서 미·일 관계에 어떤 덕담을 했건 간에 이날 일본기자들은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대통령 전용기에서 타전된「풀」기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한 고위관사는 아예「다나까」수상퇴진을 전제로 하고, 그래서「포드」대통령이「다나까」수상과 단둘이만 무릎을 마주 대고 갖는 회담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고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일본측 지도층 중에는 「다나까」후계자가 있다는 내용의 말을 발설한 것이다.
일본멸시가「키신저」장관의 도락인지라 이번 방문 후에도 자중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심중을 토로했다.
흔히 대통령 전용기를『날으는 백악관』이라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그 비행기를 앞뒤에서 수행하는 기자용 비행기에까지 전달되는「뉴스」는 신속을 기하고 있다.
대통령 전용기의「풀」기자들이 2대의 보도 비행기로 기사를 타전하면 즉석에서 1백95명의 기자들에게 인쇄, 배포되고 그러면 달밤에 들리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처럼「타이프」치는 소리가 터진다.
기자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대통령전용기의 동정만이 아니다. 17일은「워싱턴·레드스킨」과「댈러스·카우보이」라는 강「팀」이 격돌하는 미식축구킨」「팀」이「카우보이」를 21대17로 아슬아슬하게「리드」하고 있는 소식을 전해왔다.
「워싱턴」이 주재 기자들은 대부분「레드스킨」「팬」들.
그래서 환성이 올랐다.「알래스카」이륙직후에「레드스킨」「팀」이 드디어 28대21로 이겼다는 쾌보가 날아들었다. 대통령의 취미에 따라서 지상의 백악관은 하늘의 백악관으로 속세의 흥미 있는 사건까지 수시로 보고한다.
「포드」가 즐거운 얼굴을 하는 것과 반비례하여 그가 4일간이나 묵는 일본의「워싱턴」특파원들은 의기저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블라디보스토크」에 갈 줄 알고 모두들 털모자에 외투까지 준비했는데 출발전날에야「블라디보스토크」는 불가하다는 백악관의 공보관리들의 비보가 통고됐다.
「포드」는 미·일수교사상 일본에 온 최초의 미국대통령치고는 너무나 쓸쓸하게 일본 땅을 밟았다.
「키신저」국무장관 등 8명의 공식수행원을 대동한「포드」대통령은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하네다」 공항에서 공식환영 절차나 공동성명 발표도 없이 곧장「헬리콥터」편으로 동경「아까사까」에 있는 영빈관으로 갔다.
이날 공항일대에는 3천5백여 경관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고 환영객이래야 오직 정부·자민당이 동원한 2천5백여명이, 그것도 방탄유리 속에 갇혀서 손을 흔들었을 뿐이다.
이와 같은 환영객이 있었다는 것도 일본정부당국자가「포드」대통령이 딴「헬리콥터」가「하네다」공항을 떠나 영빈관에 도착하는 광경을 담기 위해 영빈관에 진을 치고 있던 TV중계반은 똑같은「헬리콥터」가 3대나 나타나 어느「헬리콥터」가·「포드」대통령이 탄 것인지 알지 못해「카메라」를 우왕좌왕 돌리는 바람에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