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산재… 용접공 폐증 환자 첫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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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분진·「개스」등에 의한 만성산업재해인 용접공 폐증(일명 산화철폐)환자가 18일 중앙대 부속 한강성심병원 예방의학교실의 유해작업환경조사반(지도교수 길병도)에 의해 발견됐다. 이 환자는 경기도 김포군 오정면 삼정리 H용접 용접반장 서우섭씨(49·서울 관악구 본동444). 동교 예방의학 교실이 73년5월부터 74년5월31일까지 작업장30여 개소 종업원 3백6명에 대해 실시한 보건검진 결과 나타난 산재환자로 서씨의 경우 용접공폐 중기 이후 증상인 심폐기능이 약화됐고 폐의 50%가량이 섬유질화 됐다는 것이다.
조사반은 또 현재 대부분의 용접공이 분진·「개스」에 전혀 무방비 상태에서「마스크」조차 하지 않고 유해환경 속에 일해 이들 대부분이 용접공폐증 초기증세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서우섭씨의 경우 철판전기용접만 28년간을 해왔다.
서씨는 19세 때인 1944년부터 교통부소속 서울철도 공작창에서 기관차「보일러」용접을 했다.
서씨는「보일러」안에 들어가 전기용접을 하는 동안 심한 경우 흰「가제·마스크」를 하고 작업을 하면 30분만에「마스크」가 노랗게 변할 정도였다는 것.
서씨는 64년까지 근무하는 동안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거나 계속작업을 하면 숨이 차고 전신피로를 느끼게 됐다.
하루평균 8시간 이상씩을 근무하는 서씨는 요즘 달리기·층계 오르기 등이 힘들 정도라는 것.
한국용접협회(회장 박종태·55)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용접공은 3만여 명, 그러나 이들은 별다른 안전대책 없이 낮은 임금(최고기술자인 1급이라야 5만원 정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용접공은 기능직으로 5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해 저학력자가 대부분인 이들은 유해작업환경에 대한 기본상식조차 없어 용접공폐증의 만성 초기증세를 많이 띠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해설>산화철 등 폐에 부착 폐기종·폐농양 유발
길병도 교수에 의하면 용접공폐증은 전기용접을 할 때 용접봉 등에서 나오는 산화철(FeO2)·산화아연(ZnO2)·「오존」등의 유독「개스」가 호흡기관을 통해 폐포에 부착되어 생긴다.
이 분진의 크기는 0.1∼0.2「마이크론」이하의 소미립자로 전자현미경을 통해야 볼 수 있는 정도.
개방환경에서 용접을 할 때 용접물체와 30㎝ 떨어진 거리에서는 입방m당 70㎎이 발생, 폐쇄 환경일 때는 1백70㎎, 밀폐된 환경하에서는 3백23㎎이 발생한다. 용접봉은 용접물체에 따라 다양하나 주로 탄소·「망간」·「실리콘」·인·유황 등의 합금으로 되어있고 이외에도 불순물로서 질소아연 등을 포함하고있다.
이러한 원소들은 전기용접 때 1450∼2000도 가량의 열이 주어지면 용접물체와의「스파크」현상을 일으켜 분진을 몹시 발생하게 된다. 이 분진이 폐포에 쌓여 초기에는 재채기·호흡기장애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 폐기종·폐농양을 일으켜 치사하게 뇐다.
이에 대한 치료방법은 아직 없고 다만 작업장의 환기를 철저히 하여야 하며 용접공자신이 보호구를 착용하는 이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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