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민주체제에의 열망반영,「서구 속의 그리스」로 발돋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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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군정7년의 암흑시대를 거쳐 10년만에 갖는 17일의「그리스」총선에서「그리스」인은 민주체제 회복에 대한 높은 참여의식을 보였다. 투표시간 전부터 투표장 앞에 길게 늘어선 유권자들의 장사진은 이들의 여망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었다.
총유권자 6백만명 중 절반이 개표된 17일 하오 9시(현지시간)현재「카라만리스」수상이 이끄는 신 민주당이 55.95%의 압도적인 투표율을 나타내고 있어 총 의석 3백 석의 국회에서 과반수가 훨씬 넘는 1백90석을 무난히 획득할 전망을 보이고 있으며 접전이 애장되던「마브로스」전 외상의 중도연맹이 20.43%, 범「그리스」사회운동이 13%를 얻었고 2개 공산당을 포함한 좌파연합은 8.4%의 득표에 그치고 있다.
47개 정당에서 1천4백여명의 후보자가 난립, 한때 65년대의 불안한 소수파 정부가 재현될 가능성조차 암시되었던 총선의 결과가「카라만리스」수상의 압승으로 끝난 것은「그리스」인들이 현재의 친 서방노선을 견지하면서 안정된 민주주의체제를 확고하게 뒷받침하겠다는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카라만리스」수상은 소수정부가 탄생할 경우 정국의 혼란이 예상되며 이것은 67년 군부 「쿠데타」때처럼 군부의 개입을 자초할 것이라고 호소한바 있으며 7년 군부독재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는「그리스」인들은「카라만리스」정부의 대 군부 우위를 확실하게 밀어준 것이다.
비록「카라만리스」수상은 좌·우·중도파라는 잘못된 분파를 넘어 오직 국가이익만 추구하는 신민주주의를 제창했지만 그 자신은 온건우파의 대변자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선거결과 범「그리스」사회운동이나 좌파 측에서 내세운 반미·비동맹정책에 대해 아직「그리스」인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서구 속의「그리스」』로 발돋움하려는「카라만리스」의 의욕은 활력을 얻게되었고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군사기구에서「그리스」가 탈퇴함으로써 드러난 방위체제의 허점에 대해서도 보완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추측되며「키프로스」분쟁해결에도 국제여론의 지지를 받을 길을 터놓았다.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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