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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은 왜 얼어붙나|여야 중진이 말하는 서로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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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헌특위에 대한 여야의 협상이 결렬되어 정국은 난기류에 휘말려들 기세다. 대화의 창구에서는 여야의 목소리가 오가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를 않다. 「1보씩의 후퇴」로 여야의 대화에 기대를 걸어보는 고흥문 신민당 정무회의부의장과 박준규 공화당정책위의장으로부터 정국경세의 원인·처방을 들어본다.

<신민 고흥문 정무회의 부의장>「개헌」문구 기피하는 태도 이해 못해 |「단독 국회」는 정국의 경화를 가속화
『헌법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특히 현행헌법은 계엄령 하에 정당도 없이 만든 것이다. 많은 국민이 현 헌법에 반대하고 야당도 개헌을 주장하면 개헌은 차후 문제로 하더라도 심의는 해야할 것이다. 개헌이란 문구조차 기피하려는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고흥문 신민당정무회의부의장은 첫마디부터 여당의『협상』을 우선 문제 삼았다.
여당 측의 단독 국회 운영론에 대한 그의 비판은 날카롭다.
『개헌특위 문제 같은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단독국회를 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 정국의 경화를 가속화하는 무책임한 일이다. 도대체 개헌심의를 못할 이유를 모르겠다. 정정당당하게 논의하면 될텐데 그것을 못하고 단독국회를 한다니 자신이 없다는 말인가. 』
그러나 고부의장은 야당 스스로도 급하게 서두를게 아니라 단계적인 전략을 강구해야한다는 자생론을 펐다.
신민당은 전통 있는 책임정당인 만큼 개인이 순수하게 부르짖는 것과는 다르다. 국민여론을 존중해야하나 여론에 책임 없이 쫓아만 가도 곤란하다는 얘기다.
『김영삼 총재 이후 신민당이 달라졌다면 국민에게 한번 한 약속은 지킨다는 점이다. 그러나 총재가 막가는 얘기는 피해줬으면 하는 게 내 희망이다. 우리가 국회를 등지면 꼭 들어가야 할 명분이 없인 등원해선 안 된다. 만일 명분 없이 다시 들어간다면 과거와 다를게 없어진다. 그러니 막가는 얘기는 자칫 국민에게 식언이 되기 쉬운 것이다.』그는 원외투쟁문제에 대해『적어도 대 야당이면 1년 지계는 봐야한다.』면서도『일단 당수가 시작을 선언한 만큼 지속성 있게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부의장은 개헌특위구성을 위해서는 대여 절충을 계속하자는 입장이다.
『개헌을 빠른 시일 안에 이룩했으면 하는 게 우리의 희망이나 상대가 있으니 만큼 여건이 성숙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단기적으로 이루어지리라 전망하기는 힘들다.』-.
그는 13일 정무회의에서 특위의 명칭에는「개헌」이란 용어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결의안 주문을『신민당이 주장하는 헌법개정을 심의하기 위해 특위를 구성한다.』로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안을 제시했다. 이 정도면 신민당의 최후 선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화를 해보자는 게 당내의 결속을 도모하고 개헌 「무드」조성을 기다리기 위한 전술적 차원이란 점을 강조했다.

<공화 박준규 정책위 의장> 소용돌이를「호기」라 생각하면 착각 | 야당이 밖으로 나간다면 자살행위
『야당의원들이 밖으로 나간다면 의회 인으로서의 자살행위다.』-.
야당의 원외투쟁 움직임에 대해 박준규 공화당 정책위의장은『그후에 생길 일에 신경이 둔하고 책임성이 없는 행위』라고 했다.
박 의장은 『과거의 극한적 투쟁방식이 얼마나 많은 환멸을 가져왔는가』고 예를 들면서 『종교인과 학생온 산천이 초토가 되건 말건 뒷일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정치인은 책임감을 가지고 「과장된 기대」를 경계해야할 것』이라고 야당의 자제를 요망했다.
신민당의 개헌투쟁을 보는 눈은 『현행헌법 아래서는 정권을 쟁취할 기회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데서 개헌을 요구하는 것 같다』는 것. 그러나 박 의장은『대통령의 선거방법이 법적으로 미국의 선거인단이 하는 간접선거와 같은 것』이라면서 『야당이 유신헌법의 장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안 하는데서 나온 것』이라고 아전인수격인 주장.
야당의 개헌요구 이유 중에는 일부의 소용돌이를 절호의 정권교체 기회로 과신하는 것과 경제위기·사회 모순 등이 모두 헌법에 기인하는 것처럼 착각하는데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의장은 투쟁방법으로 등원이나 예산심의를 거부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지반 약한 민주주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협상」은 의회주의에서 자주 써서는 안 되는 구제수단이지만 개헌특위구성 안을 둘러싼 현재의 여야대치는 대화와 절충으로 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
그는 여당이 특위 구성 안의 주문에 「개헌」이 들어가는 것을 반대한 것은「개헌전제」를 반대한 것이지 야당의「개헌주장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여야가 장의대로 타협한다면 절충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희망을 걸기도 했다.
종교인·학생·언론인들의 움직임 등 시국문제에 대해 박 의장은 『세계적 추세의 한 물줄기』로 진단하고 『삼한사온이 있는 가운데 국가와 사회는 서서히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발전에 제일 큰 장애물은 역시 「북한」이라고 지적하면서 추상적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르짖기 전에 이의 저해 요소를 막아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야당은 국회가 해야할 예산심의와 세법을 포함한 입법활동에 참여해야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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