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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요통은 인간의 숙명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원래사람도 네다리 짐승처럼 기어다니게끔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진화과정에서 어느새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원숭이는 아직도 더러 기어다니는 수도 있으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 척주의 구조변경 없이 멋대로 일어서 버렸으니 역학적 무리가 오게 마련이다. 따라서 요통은 인간의 숙명일는지 모른다.
목에서 허리까지 모든 기둥 뼈는 여러 개의 둥근 장기 알 같은 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뒤에는 둥근 고리가 달려있고 이들이 서로 관절을 이루어 물고 있다. 목을 거쳐 내려오는 척수신경은 이 꼬리의 중앙을 통과하면서 척주 뒤를 달려 내려온다. 장기 알 같다는 기둥 뼈 사이에는 완충 연골이 끼워져 있다.
이것이「디스크」다.
이「디스크」가 압력에 못 견뎌 후방으로 밀려가면 신경을 누르게 되어「디스크」탈출 증이 된다. 속칭「디스크」는 요통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다음으로 흔한 요통의 원인이 있는데 척추 뼈 뒤의 관절을 이루는 고리부분이 부러지거나 잘못되어 있으면 기둥 뼈가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도중에서 밀려가려 하는 것이다. 아직 밀려가지 않았어도 아프지만 조금이라도 밀려가면 물론 더하다.
또 고리 관절에 이상이 없어도 허리 기둥 뼈와 골반 뼈와의 연결점이 과도한 각도를 이루면 몸무게가 골반에 올바르게 걸리지 못하고 앞으로 옮겨져 이른바『요천추간 과각도 형성』이 오게 되어 오래 앉았거나 서있으면 몹시 괴롭게 된다.
이상의 병들은 가벼우면 그냥 심한 운동을 안 하는 정도로 지내도 되나 정상적인 활동을 못할 정도라면 수술을 받아야되는데 물론 근 치가 가능하다.
그밖에 척수신경이나 주위 연 부 조직에 혈관기형이 있어 이것이 신경을 눌러 요통을 일으키기도 하고 신경자체 또는 주위조직에 혹이 생겨 말썽을 부리기도 한다. 기생충이 척수신경에 와서 기생하는 수도 있으니 민물고기는 날것으로 먹을 형편이 못된다. 세균이 염증을 일으켜 허리가 아픈 수도 있으나 요즈음엔 많이 줄어들었다.
그밖에 산부인과나 비뇨기과 병으로도 올 수 있는데 아무튼 요통은 흔한 원인부터 드문 것 같이 실로 다양하니 전문가와의 상의도 없이 함부로 다루면 병을 크게 그르칠 염려가 있는 것이다.
정환영<한양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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