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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투표성향」을 반영|미 중간선거 민주당 압승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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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워터게이트」사건에 관한 국민투표라고 불린 5일의 중간선거결과「제럴드·포드」미 대통령은『벌거벗은 황제』의 신세가 되었다. 선거날짜가 임박해서「포드」대통령은 21개 주에서 공화당후보 지원유세를 벌이고 유권자들에게 대통령의 거부권이 저지되는 의회만은 되지 않게 해 달라고 호소하면서 민주당국회의원들을『예산의 낭비 자들』『외교정책의 훼방꾼들』이라는 당파적인 용어로 비난하고 있었지만 선거결과는「포드」대통령이 호소한 것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대통령 거부권저지선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상원과 주 정부에서는 각각 5석과4석을 눌렸다.「워터게이트」사건과 물가고로 분노한 유권자들이 공화당후보들과「포드」대통령에게 가한 대량보복이 얼마나 가혹했는가는「포드」자신의 하원의원선거구에서 공화당후보가 낙선하고「캘리포니아」「뉴요크」「매서추세츠」주 등「미시건」주를 제외한 미국의 10대 주의 주 정부가 모조리 민주당의 손으로 넘어간 사실 하나만으로도 알만하다.
10대 주라고 하면 이 나라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방대한 정치조직의 기반인 것이다. 거기다가 전통적인 공화당기반으로 알려진 중서부곡창지대의 표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이번 중간선거의 쟁점으로서는 물가고나 실업자문제가「워터게이트」보다 비중이 켰지만 하원법사위에서「닉슨」탄핵 안에 반대한사람들이 대부분 낙선한 사실, 그리고「워터게이트」사건이 터진 직후부터「닉슨」백악관과 거리를 두고 지내던 사람들만이 공화당 후보에 대한『대량학살』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워터게이트」사건이 상징한 공화당지도층의 부패가 유권자들의 투표경향을 크게 좌우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그래서 공화당 측에서는 민주당의 대승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지지가 아니라 공화당 반대의 결과라는『소극적 투표성향』(Negative Voting)이라고 해석, 다소나마 자위하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선거결과를「뉴·딜」시대의 농민·노동자·중소상공업자의 연합전선의 부활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그러한 낙관 논은 과장된 데가 없지는 않지만 이번 선거에서「게리·하트」「에드먼드·브라운」같은 민주당의 젊은 후보가 상원의원(「콜로라도」 주), 주지사(「캘리포니아」주)에 각각 당선되고, 「휴·케리」(「뉴요크」주),「존·글렌」(「오하이오」주),「제임즈·바커」(「아칸소」주)같은 새로운 전국적인 인물이 등장한 것은 내노라 하는 지도자가 없는 민주당에게는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나는 국민의 심판에 굴복한다』라고 말하는「포드」대통령의「입법계획」과 정치적인 장래는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특히 그의 21개 주 유세가 공화당후보들을 조금도 구제하지 못했다는 데서「포드」대통령의 위신은 손상되었다. 거기다가「포드」대통령의 성급한「닉슨」사면조치 등은 중간층 유권자들의 분노와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NBC방송이 실시한 유권자들의 여론조사에서 드러나「포드」대통령은 당내에서도 큰 반발을 받을 위험이 적지 않다.
「인플레」·실업·「에너지」위기·식량위기·중동전의 재발위협·군비경쟁 같은 긴급한 문제가 산적된 이시기에 선거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자리에 앉았다는 약점을 가진「포드」대통령이 민주당 국회의 독재로 기능을 마비 당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선거의 대승은「양날의 칼」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선거에서 대승한 후에는 당내의 파벌싸움이 치열했다.「뉴·사우드」와「골든·뉴페이스」의 등장으로 당내 좌파와 보수파의 고질적인 대립이 얼마나 중화되는가에 76년의 운명은 달려있다.
「포드」대통령은 유세 중에「비트」권이 저지되는 의회의 위험성을 강조했지만 민주당이고 공화당이고 간에 소속의원들은 당의 노선보다는 각자의 정치적인 노선과 선거구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이 나라 정당정치의 특색이다.
미국의 정당은 후보공천의 권리를 유권자들에게 양보하고있기 때문에 당의 규율이 극도로 약하다. 그래서 아무리 큰 문제라도 당의 노선, 당론 같은 것은 있을 수 없고 남부와 중서부출신의 보수적인 민주·공화 양당의원들이 연합전선을 형성해 가지고 반대표를 던진다. 따라서「포드」의 경고는 이론적으로는 근거가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가상적인 것에 대한 경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노련한「워싱턴」의 정치관측통들은 건강보험, 화재, 소비자보호, 환경문제에 관한 법안에서는「포드」대통령이 하원의 거부권 저지선이라는 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그렇게되면「포드」행정부는 국내문제에서는 마비상태에까지 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바로 76년을 눈앞에 두고있는 민주당이 빠질지도 모를 함정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의 승리가「양날의 칼」이라는 것이다.
「포드」대통령은 재빨리 민주당 국회와의 초당파적인 협조를 통해서 경제적인 위기를 해결하자고 호소했다.
76년까지 국민들의 경제적인 역경이 해결되지 않으면 민주당 국회는 일을 하지 않는 국회의 낙인이 찍히고 76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을 기다리는 것은 공화당이 이번에 당한 것과 같은 대량보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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