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화 시급한 한국 여자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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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여자배구는 동「메달」이 벽이다.
「멕시코」세계배구선수권대회의 동「메달」은 67년 동경선수권대회와 73년「우루과이」「월드·컵」대회에 이어 세 번째의 동「메달」. 더욱이 72년「뮌헨·올림픽」의 4위「팀」으로서 3위인 북한을「테헤란」에서 격파했기 때문에 한국여자배구는 명실상부한 세계 3위-.
한국여자배구는「멕시코」에서 보여준 각국의 전력과 추세로 보아 만년 3위로 굳어진 듯하다. 무엇보다 결승「리그」에서 한국을 바짝 뒤쫓는 동독「루마니아」「헝가리」등 동구권은 아직도 우리와 수준 차가 많고 한국 또한 우승「팀」인 일본이나 준우승의 소련에 한 단계 낮은 실력임이 분명하다.
72년「뮌헨·올림픽」당시의 최이식 여자감독도 동「메달」의 장기화를 점치고 있다.
『장신의 동구권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나 우리의 발전「템포」도 빠르기 때문에 수준 차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고, 일본·소련과 우리 실력과의 차이도 마찬가지』라며 일단 넓혀진 수준 차는 쉽사리 좁혀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안이한 자세를 가지면 이 수준조차 쉽게 지킬 수 없다.
우선 장신의 동구권이 이번 대회에서 거센 바람을 일으켰고 중남미 역시 장신화에 속공을 구사하고 있어 어느「팀」을 보아도 만만치가 않다. 동독「루마니아」「헝가리」등의 여자「팀」이 속공까지 배우게 된다면 두려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제6회「아시아」경기 대회의 유붕수 여자부 감독은『장신화를 꾀해 정석「플레이」를 해야 동「메달」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일단 전력상의 후퇴도 좋으니 장신화를 꾀하라고 제창하고 있다.
최이식씨도『속공으로는 더 이상 이길 수 없다. 속공은 한때의 극약일 뿐 장신화를 이룩해「오픈·플레이」에 속공을 구사하면서 일본과 소련을 추격해야만 동「메달」유지가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2년 뒤의「몬트리올·올림픽」에 대한 전망도 동「메달」. 그렇다면 장신화의 방법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선수 전원을 교체하는 일이 있더라도 현재의 평균신장 1백69㎝를 1백73㎝정도로 일단 올려야한다』고 엄병덕 강화부장은 말하고「우루과이」「월드·컵」대회에「코치」로 활약한 이창호씨는『우선 주공격수의 장신화가 바람직하다』는 견해-.
이번「멕시코」에서 중남미를 누르고 두각을 보인 동구권에 1백80㎝가 넘는 장신선수가 많은 것을 감안할 때 장신화만이, 우리 배구의 앞날을 풀어주는 열쇠라는 견해다.
장신화를 이룩하자면 반드시「패턴」의 변화도 뒤따라야만 된다.
속공일변도의 현 체제를 벗어나 대형화된 힘의 배구에 속공을 가미할 때 일본·소련도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뮌헨」에서 소련에, 이번에는 일본에 각각「세트」를 빼앗았는데 사실「세트」를 잃을 때의 상대방은 우리의 속공을 관찰만 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이식씨는 극약보다는 활력을, 속공보다는 속공이 가미된「오픈·플레이」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 세계정상급에 오른 여자선수들이라 해도 기본훈련을 철저히 해야 한다.「뮌헨」에서 일본과의 반칙비율이 1대4,「테헤란」에서는 무려 1대5로 우리선수의 반칙이 많았다는 점을 살핀다면 개인기는 장신화 문제보다는 더욱 시급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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