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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전기 사정의 악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계절적으로 가정용 전기기구의 사용량이 부쩍 늘게 되자 전압이 낮아져 전등 빛이 어두워지고, 형광등은 깜박이며, TV화면은 흐려지는 등 답답한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또 전압이 낮아짐에 따라 수압도 낮아져, 어떤 곳에서는 「모터」로 가동하는 자가수도마저 쓸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수요자가 억지로 「트랜스」를 달아 전압을 높이려 하니 전기기구도 불량품인지 아닌지 믿을 수 없고 화재위험성이 있고 하여 마음대로 할 수도 없어 당하는 사람만 딱하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특히 도시 변두리의 신흥주택가에서 심하다고 한다. 주택들이 급속히 들어서고 있는데도 배전 시설이 수요증대에 알맞게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배전 시설을 제대로 늘리고 있던들 도시 변두리라 하여 전기사정이 기성 주택가보다 나빠질 까닭이 없는 것이고 도리어 기성 주택가의 노후시설보다 더욱 나은 전기사설을 가져올 수도 있을 법한 일이다. 도시변두리의 신흥 주택가라 하여 전기사정이 특히 나쁘다는 것은 아무래도 한전당국의 민첩하지 못한「서비스」때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특히 현재와 같이 수요자가 수배전 시설의 상당한 부분을 이른바 수익자 부담원칙이라는 명분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더욱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말해 전력공급자가 부담해야 할 수배전 시설의 일부를 수요자의 부담으로 전가시키며 또 그것도 부족하여 한전소유로 귀속시키는 방식을 적용하는 형편에서 고압선과 변압시설마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한전의 태도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물론 그렇게 한다 해서 주택가 사정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현재의 1일 최대 발전용량은 2백60만㎾이고 1일 평균발전량은 2백7만㎾인데도 최대수요시의 전력수요는 이를 훨씬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수요시의 전력수요량이 계절적으로 최대에 이르는 12월 중순께에는 1일 평균 생산량보다 55만㎾가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전력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사정 밑에서는 고압선과 변압시설을 단다고 해서 전기갈증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발전량을 늘리거나 전기수요를 억제하는데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나, 그러나 전기수요억제는 일시적이며 소극적인 대책이므로 결국 발주용량의 급속한 증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주택가의 깜박이는 현 전력사정의 수화 책을 먼 훗날의 발전소의 건설에서 바랄 수는 도저히 없다. 발전량이 제한되고 있는 이상 소비를 억제하고 주택가전기최대수요시의 비 가정용 전력사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전력소비억제의 여지는 많으며 주택가 최대수요시의 비 가정용 소비제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전력을 아끼자 하면서도, 그리고 「에너지」사용을 절약하자 하면서도 전력을 많이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각 가정에서도 그렇고 직장에서나 산업에서도 그런 것이다.
그러나 전력소비의 억제와 최대수요시의 비 가정용 전력사용제한을 위해서도 「이니셔티브」는 한전이 취해야 한다. 한전은 수요자의 실정에 알맞게 송배전을 재조정해야 하며 전력낭비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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