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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 변모의 유엔 29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유엔」은 지난 10여년 동안 질량 양면에서 크게 변모했다.
45년6월「샌프란시스코」에서「유엔」헌장이 채택되었을 때 창설 회원국수는 51개국에 불과했다.
그때부터 29년이 지난 지금 회원국수는 1백38개국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급격한 회원국수의 증가는 60년대를 통해 「아프리카」대륙을 휩쓴 신생국 독립의 회오리 바람을 그대로 반영한 현상으로 이는「유엔」의. 질적 변화를 몰고 왔다.
이를 신생국들은 반식민·반제국주의 이념을 공약수로 한 제3세계의 등장에 주역을 맡게 되었다. 「아시아」·「아프리카」제국들을 주축으로 한 이제 3세계의 발언권과 표의 위력은「유엔」총회에서의 토론을 위압하게 되었으며 50년대를 통해「유엔」을 마음대로 조작했던 서방 강대국들의 입장을 열세로 몰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강대국들은 중요문제를「유엔」밖으로 끌어내어 해결하려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근간의 가장 심각한 국제 분쟁인 월남전과 중동문제 및 인도·「파키스탄」전쟁이 미·소간의 밀약으로 해결되고 있는 현상은 이러한 추세를 간추려 내고 있다.
50년의 한국전과 56년의「수에즈」사태 및 60년의「콩고」내란 개입과 같은 집단 행동의 기능은 이제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와 같은「유엔」무력화 현상에 대해「발트하임」「유엔」사무총장은『「유엔」기적을 낳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고 있다.
군소 국가들이 다수를 정하게 됨에 따라「유엔」이 다루어야 할「중요문제」를 결정하는 판단 기준에도 차이점이 생기게 되었다. 강대국 측에서 기존 질서의 파괴행위를 가장 큰 문제로 다루려 하는데 반해 신생 가입국들은 이와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테러」활동을 통제하는 문제가「유엔」이 다루어야 할 가장 큰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데 대해 제3세계 국가들은「로디지아」·남「아프리카」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살·억압·착취 등이 훨씬 긴박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의견도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되자 초기 15년 동안「유엔」에 이 안에서 전위 역할을 맡았던 미국은「유엔」표결에서 점점 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최근「유엔」표결에서 기권 또는 부표를 던지는 비율이 75%나 되고 있다. 「유엔」이 기구를 70년대의 현실에 맞게 개혁하자는 의견도 양극으로 갈라져 있다.
미국 측이 소위「미니」국가에 대해 표결권을 박탈하고 그 대신 회비 부담을 면제하자는 안을 내놓은 적이 있으며 중공은 안보리의 상임 이사국들이 갖고 있는「비토」권 제도를 철폐하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와 같은 개혁안은 다같이 상대방에 받아들여 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공론으로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많지만 개혁의 필요성은 계속「유엔」의 효과적 활동을 제약하게 될 것이다.
그와 같은 제약이 있는 한 중요문제를「유엔」밖에서 해결하려는 강대국들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11월22일부터 토의될 한국 문제도 결국「유엔」안에서의 표결을 통해 해결되기 보다 관계국간의 막후 절충을 통해 다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장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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