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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위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괴 정치보위부의 한 기관원이 지난 6월에 휴전선을 넘어 귀순했음이 뒤늦게 발표되었다.
정치보위부와 같은 정보·조사기관의 원조로는 흔히 소련의 GPU를 꼽는다.
국가 정치국의 뜻인 GPU의 전신은「체카」. 이것은 혁명 이후에 흔하던 피의 숙청을 총지휘하던 흑막의 본산이었다. 「게·페·우」는 지금 국가보안위원회(KGB)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나 명칭은 바뀌어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솔제니친」은 망명 직전까지 KGB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 『만약에 내가 죽는다면 KGB에 의해서였다고 생각해 주시오.』 이렇게 그는 서방측 기자에게 말한 적도 있었다.
이런 KGB에는「스에르슈」라는 살인과도 있다고 한다. 물론 .KGB의 마수는 온 세계에 뻗치고 있다. 미국의 CIA장관이던「앨런·덜레스」도 KGB는 타국의 정치에 비밀간섭하기 위한 파괴 조작 협력조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KGB에 맞먹을 만큼 규모가 큰 것으로는 흔히 미국의 CIA나 영국의 M5, M6등의 비밀기관을 꼽는다. 미국은 CIA를 중심으로 한 정보활동에 연간 40억「달러」나 뿌린다고 한다.
또 세계의 어디에서나 정변이 있을 때마다 CIA얘기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영국의「시크리트·서비스」도 규모가 크다. 비밀정보부(SlS)가 있고, 보안부가 있고, 또 국방성이 정보부국이 따로 있다.
이들 보다는 유명하기 않지만, 서독에도 BND(연방특별 정보국)이 있고, 「프랑스」에도 SDECE(대외조사정보위원회)가 있다.
기구는 크지 않지만 가장 우수한 정보부원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것은「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다. 2차 대전 중에 유태인을 대량 학살한「아이히만」을「브라질」까지 추적하여 체포한 것도 이 중앙정보보안국에 속하는「위젠탈」기관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기관은 KGB를 제외하면 대외정보관계를 맡고 있다. 국내 탄압과 감시를 위한 기관들은 아니다.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 비겨, 북괴의 정치보위부처럼 악명 높은 기관은 또 없을 것이다. 김일성에 직속되는 이 기관은 주로 내부의 반체제 분자들을 감시하고 탄압하는데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해 왔다. 이번 귀순자의 말에 의하면 보위부 정보망은 사회의 구석구석에까지 퍼져 있는 모양이다. 이를테면 공포정치의 총 지휘를 정부가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귀순자 공씨의 말은 새삼 보위부의 무서움을 느끼게 만드는 한편 우리를 안심시켜 주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못 믿고, 서로를 감시하게 만드는 북괴의 공포에 질린 풍토 속에서는 확실한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공씨는 서울방송을 도청하다 귀순을 결심했다고 한다. 북괴의 철저한 세뇌 교육을 받으며 자랐으면서도 그는 자유로운 서울의 방송에 흔들리게 된 것이다. 아무리 앙칼진 폭력도 결국은 무력하다는 것을 그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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