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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짧게 … 올 수능 영어 쉽게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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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해 대입 학교생활기록부 전형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자기소개서에 공인어학점수를 쓰면 0점 처리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는 ‘빈칸 추론’ 같은 난도가 높은 문제가 줄고 제시문 길이는 짧아지는 등 보다 쉽게 출제될 전망이다. 영어 사교육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 대책의 일환이다.

 교육부는 13일 경기도 안산의 서울예술대학에서 이 같은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2015학년도) 대입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자기소개서에 외부 ‘스펙’을 기재한 수험생은 서류전형 점수가 0점 처리된다. ▶토익·토플·텝스 등 공인 어학성적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등 교외 경시대회 수상 경력 등이 해당된다. 교과성적(내신)·비교과활동(특별활동 등)을 살피는 학생부 종합전형(입학사정관제)으로 입학하는 인원은 전체 정원의 15~20% 수준이다.

 교육부 박춘란 대학정책관은 “자기소개서의 표절 여부를 체크하는 대교협의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활용해 외부 스펙 기재 여부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0점 처리’를 적용하지 않는 대학은 행정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2017학년도 이후엔 과학·어학 등 특기자전형에도 어학성적, 외부 수상실적 등을 반영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수능 영어는 쉽게 낸다. 지난해와 달리 선택형(A·B형) 시험을 폐지한 올해 수능 영어는 심화과목인 독해와작문, 심화영어회화를 출제 범위에서 제외한다. 제시문의 빈칸에 알맞은 단어를 고르는 ‘빈칸 추론’ 문항도 절반 가까이 줄인다(지난해 B형 7문제→올해 4문제). 이 문항은 정답률(지난해 B형 34%)이 낮아 ‘영어 최고 난제’ ‘1등급의 열쇠’로 불릴 정도다. 제시문의 길이를 줄이는 등 시험지 분량을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논술 전형도 축소된다. 한석수 대학정책실장은 “대입 제도의 건전성을 평가해 예산을 지원하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논술 선발 인원, 반영 비율을 줄인 학교에 가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쉬운 수능 영어’로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학생에게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요즘은 영어 잘하는 학생이 많아 만점자가 2~4%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을 받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풍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영어 변별력이 떨어지면 수학·국어 등 다른 과목으로 사교육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스펙에 대한 금지 사항이 늘면 일반고가 불리할 수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자사고·외고·과학고는 교내 특별활동이 활성화돼 학교에서도 학생부 종합전형을 대비할 수 있지만 일반고는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2017학년도에 시행될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초·중·고별 교과목, 수업시수 등 핵심 사항을 7월 결정한다. 한국사를 포함한 모든 교과서의 발행체제(국정·검정·인정)도 검토 대상이다. 나승일 차관은 “공론화를 거쳐 다른 교과목과 함께 한국사의 국정 교과서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천인성·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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