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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에 매달린 중소기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기가 후퇴하면 중소기업이 가장 많은 타격을 입게 된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분명한 것이며, 우리의 경우도 예외일 수는 없다.
중소기업 협동조합 중앙회의 표본 조사 결과도 그러한 사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 65.5%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의 순익은 감소된 반면 외상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상 거래가 늘어남에 따라서 대금 부담은 늘어나고 있으나 금융상으로 한계 기업에 속하는 중소기업이 공공 금융의 혜택을 대기업들처럼 마음대로 받아 낼 수가 없다.
그 당연한 귀결로 중소기업들은 사채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협중앙회의 조사 결과도 이 같은 경향을 여실히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39.9%가 사채를 쓰고 있으며 사채의 67.7%가 월3.9∼11.1%의 고리를 쓰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고리 사채 사용율이 높아지면 금리 부담율이 높아지고, 순익이 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앞으로 불황의 도가 심화하면 할수록 중소기업은 자금면·손익면에서 더욱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급기야는 도산의 위기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므로 경기 대책면에서 중소 기업 대책은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것임을 우선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은 금융력이 약하기 때문에 금융면의 특별 배려가 없는 한 경기 후퇴를 견딜 수 없다는 본질적 문제를 적절히 해결해 주어야 한다. 국내 여신 한도가 주어진 상태에서 대기업의 비축 금융·차관 원리금 상환용 금융·재고 금융 등이 우선적으로 취급되면 중소기업은 잔여 한도를 분할 받게 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개별 업체에 할당되는 한도는 너무나 미미하기 때문에 금융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며, 때문에 더욱 사채 의존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금융기관 사정으로 보아서는 중소기업에는 불황기일수록 융자를 하기 어려운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경기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융자했다가 회수 불능 상태가 되면 책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중소기업에는 금융 기관이 무자비하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라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 『햇볕이 날 때 우산을 빌려주었다가 비가 오려 하면 우산을 회수한다』는 격의 비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담보 제공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여신 한도가 남아있어도 이를 활용치 못하는 상황에 있어 일이 더욱 어렵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애로를 해결키 위해 중소기업 신용보증기금 제도나 신용 대부 제도가 생겨난 것이지만, 그것도 역시 경기가 좋을 때에야 제대로 기능을 하는 것이지 나쁠 때는 그렇지 못하게 된다.
중소 기업이 경기 후퇴 국면에서 금융상의 애로에 봉착할 때 이를 금융기관이 해결하라고 정부가 강요해도 그것은 실질적으로 무리한 이야기다. 이 같은 사실을 솔직이 인정한다면 결국 중소기업의 불황 대책은 재정 측이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그러므로 그 동안 금융에만 사태 해결책을 강구토록 한 것은 문제의 본질적 속성으로 보아 적절했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금융 지원의 한계성을 보완하는 중소기업 경기 대책비를 투융자 예산에서 할애할 필요성은 매우 절실함을 주목해야 한다. 이점 재정면에서 깊은 검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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