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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경기의 지속적 하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하반기 들어 나타나기 시작한 판매부진-재고누적-산업생산 활동의 둔화현상은 마침내 8월중의 산업생산지수를 비 전월 9%나 저하시키기에 이르렀다. 그 중에도 특히 제조업의 10·2% 감산은 전례 없는 일로서 불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조업 부문의 이 같은 대폭 감산은 물론 판매부진을 반영하는 것이었으나, 8월중의 제조업 출하는 8%가 감소하였으며 재고는 1·2%가 또 늘었던 것이다 출하감소와 감산에도 불구한 재고의 계속적인 누증은 기업의 자금난을 가져오게 할 것이 필지이며 이것은 결국 계속적인 생산제한이라는 조정과정을 수반하게 되어 그럴수록 경기는 더욱 비관적인 것으로만 기울조짐이 짙다.
그런데도 9월중의 상품수출은 전달의 3억6천만 달러에서 4억4천만 달러로 도리어 늘었다. 이것은 일견 내외의 전반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호황 적인 기대를 걸 수 있는 일각이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것이 수출산업의 호황과 낙관적 예상을 뒷받침해주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한 것임을 주목해야겠다. 지난해이래 감행됐던 수출산업의 급속한 시설확장은 이로써도 가동률의 증대는커녕 도리어 저하를 가져오는 것이었고 수출업계의 자금난을 형성하는 큰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국제경기의 계속적인 하강으로 인한 수출가격의 저하와 또 따라서 이윤 폭의 저하는 수출업계의 활동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었으며 신용장 내도 액의 계속적인 감소는 투자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내외경기의 지속적 하강은 마침내 물가상승의 고삐를 잡는 것이 된 듯 싶기도 하였다. 9월중 도매물가지수는 0·3% 떨어졌고 소비자물가는 1·8%의 상승을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월중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아직도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나 도매물가가 이처럼 안정되었다는 것은 확실히 내외불황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 정도의 물가변동으로써 물가가 안정되었다고 한다면 물가안정은 산업생산의 대폭감소로 반영되고 있는 바와 같은 불황의 지속에 의해 비로소 성립될 수 있다는 우리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여기서 또한 찾아 볼 수도 있는 것이라 하겠다.
불황의 심각성은 산업생산이 국내여신의 증대와 통화량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계속 위축되고 있으며, 도매물가가 안정세를 보였다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물론 9윌 중의 통화· 신용의 팽창이 즉각적으로 그 효과를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경우에 따라 이것은 불황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도리어 물가상승을 가져오는 요인을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국제적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현재의 불황을 국내 재정금융정책으로 대처하기에는 처음부터 너무나 무력한 것이라 할 수 있고, 또 그럼에도 불 구한 통화·신용의 팽창은 물가상승요인을 만들어내는 것밖에 안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여신의 증대와 통화량의 급증은 불황기업의 자금난을 일시적으로 덜어주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황의 장기화에 대처하는 방법으로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기업부실화의 또 다른 요인이 되며. 산업투자의 왜곡화를 부채질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저축의 현저한 둔화와 건축투자의 상대적 증대와 같은 현상은 그런 가능성을 유추케 하는 재료가 될 것이다.
이렇듯 불황의 심각 화는 72년 9월 후 처음으로「경기예고지표」의 하향성 안정으로 나타났다. 낙관적인「경기예고지표」가 하향성 안정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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