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hi] 컬링돌 이슬비 "제가 얼짱? 실물 보시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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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컬링 대표팀 이슬비가 앳된 외모와 당찬 화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슬비가 11일 일본과의 예선 1차전에서 앞을 응시하며 스톤을 놓고 있다. [소치=뉴시스]

“제가 얼짱이라고요? 하하하. 실물을 보면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날걸요.”

 이슬비(26·경기도청)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풍선이 터지듯 발랄하게 웃었다. 컬링 여자 대표팀에서 가장 먼저 스톤을 던지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리드(Lead). 이슬비가 소치 겨울올림픽의 컬링돌(컬링+아이돌)로 떠올랐다. 여자 컬링 경기가 시작된 11일. 하루 종일 이슬비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이슬비는 갑작스러운 관심이 어리둥절하면서도 반갑다. “여자니까 얼짱이란 말 들으면 기분 좋다”면서도 “관심이 커진 만큼 욕을 안 먹게 컬링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분위기 메이커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컬링 선수답게 이슬비도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지만 말투는 시원시원하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트렌티노에서 열린 겨울유니버시아드에서 전승을 달리던 스웨덴을 꺾은 것을 두고 “스웨덴을 처박았다”고 표현했다.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얼음 위에서 죽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료와 팀워크도 좋다. 이슬비는 일본과의 1차전에서 큰 소리로 “잘했어요, 언니”라고 수시로 외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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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로는 한없이 쾌활하지만, 이슬비는 크고 작은 시련을 이겨내고 올림픽 무대에 섰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컬링부가 있던 경북 의성여고에서 컬링을 시작한 이슬비는 2년 만에 스톤을 내려놓았다. 그를 받아주는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교 때 함께 팀을 이뤘던 동료도 모두 컬링을 포기했다. 대학에 가려 했지만 부모님에게 학비 부담을 줄 수 없어서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잠시 일했다. 그러다 정영섭 감독의 권유로 2009년 다시 컬링 선수가 됐다. 소치로 떠나기 전인 지난달 만난 이슬비는 “주변에서 빗자루질하냐, 구슬치기하냐고 놀렸을 때 서러웠다. 이제는 오래된 일이다. 그래도 지금 컬링을 다시 해서 이렇게 올림픽까지 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처음 올림픽에 나서는 이슬비는 모든 게 신기하다. 마음이 들뜰 때마다 그는 격언 하나를 마음에 새긴다. ‘불이 나면 꺼질 일만 남았고 상처가 나면 아물 일만 남았다. 머물지 마라. 그 상처에….’ 이슬비는 “한 번 실수했다고 계속 생각하면 다 망칠 수 있다.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소치=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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