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원명원 기둥 되찾아온 중국 기업인 모교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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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기업인의 모교사랑이 귀중한 문화재 반환으로 이어졌다. 주인공은 황누보(黃怒波·사진) 중쿤(中坤)투자집단 이사장. 노르웨이 베르겐 KODE박물관 측이 소장 중인 원명원(圓明園) 석조건물의 대리석 기둥(석주) 7개를 중국에 반환하겠다고 11일 밝힌 배경에 그가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평소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황은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거행된 양국 시가(詩歌) 교류전에 참석했다 KODE박물관 측이 원명원 석주 21개를 소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곧바로 박물관을 찾아가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모교인 베이징대를 찾아 실제 원명원 석주가 맞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그는 “캠퍼스가 원명원의 일부여서 재학 시절부터 서구열강의 침략으로 파괴되고 약탈된 이곳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고고학 전문가팀은 석주가 원명원 서쪽에 위치했던 서양식 석조건물의 석주 등 19세기 말 열강 침략 때 약탈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황은 지난해 말 다시 박물관을 찾아 1000만 노르웨이 크로네(약 17억원)를 기부하는 조건으로 올해 9월까지 7개 석주를 돌려받는다는 데 합의했다.

 이 석주는 1887년 중국에 파견돼 해관에서 근무한 노르웨이 장교 몽터가 기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중국에서 50여 년 동안 머무르며 2500여 점의 중국 문화재를 수집해 귀국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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