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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비 밀당'까지 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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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도은 사는 것과 쓰는 것에 주목하는 라이프스타일 기자입니다. 이노베이션 랩에서 브랜디드 컨텐트를 만듭니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이사철인 요즘, 인터넷 카페에서는 전세난이 사교육만큼이나 핫 이슈다. 오히려 전셋집이 왜 이렇게 없냐, 전세가가 너무 올랐다는 성토는 예상보다 잠잠하다. 74주째 계속되는 전셋값 상승에 꽤나 담담해진 듯싶다. 대신 부동산 중개 수수료에 대해선 할 말들이 많다. 복비가 고무줄처럼 제각각이니 제대로 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게 핵심이다.

 “옆집은 0.4%를 냈다는데, 제가 계약하는 곳에선 0.8%를 내라네요. 계약서 쓸 땐 나중에 조정하자더니 이제와 딴소리를 해요.” “귀한 물건 특별히 소개해준 거라고 후하게 달라는데 어쩌죠?”

 이런 하소연에 조언들도 만만찮다. “0.4가 할인, 0.5가 정가, 0.6 이상은 호갱님(호구와 고객님을 합친 말)인 거예요. 따지세요.” “현금영수증 끊어달라고 하면 그 말 쏙 들어가요.” 0.3%에 계약했다는 사연이 성공후기처럼 올라오고, ‘복비 싸게 내는 법’이라는 포스팅에는 조회 수가 치솟는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서울의 경우 3억원 미만 전세에는 구간별 요율이 확실한 반면 3억원 이상의 전세는 금액의 0.8% 내에서 부동산과 계약자가 협의하에 정하도록 해놓았다. 2000년 이 조례안을 만들 당시 3억짜리 전세는 고가 주택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1억800만원, 전체 아파트 중 3억원 이상 전세 비중은 1.51%에 불과했으니 합당한 근거였다(2000년 11월 기준).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억9368만원에 달한다. 대다수 세입자들이 ‘고가 전셋집’에 살고 있고, 부동산중개소와 소수점 퍼센트를 놓고 불편한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전셋값이 5억원이라면 150만(0.3%)~400만원(0.8%)까지 수수료 차이가 나니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중개료 밀당’은 결사적이기까지 하다. 더구나 옆 동네는 0.4%가 평균이라 하고, 내 친구는 0.3%로 해결을 봤다는데 나만 억울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인지상정 아닐까.

 지난해 중개료 현실화를 하겠다고 서울시의회 김명신 민주당 의원이 조례 개정안을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회수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1억~4억원 0.3%(한도100만원), 4억~6억원 0.25%, 6억원 이상 0.5%로 하향 조정했는데 시민단체가 환영하는 반면 중개사들의 반대가 거셌다. 되레 중개사협회 측은 미국의 4~6%(매도인), 일본의 3%(쌍방합계), 중국 2.5~2.8%(쌍방)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수료율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제는 말 많은 부동산 중개료에 대해 요율 조정은 시급하다. 그리고 그 방향이 올리는 것이든 내리는 것이든 상생의 결정이라면 바라는 건 단 하나다. 거래 종류에 따라 금액 구간을 세밀하게 나누고 이에 따른 단일 요율이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싼 신경전은 지자체와 중개사협회의 몫이다. 셋집 구하기만도 힘든 시민들에게 중개료 밀당까지 떠맡길 순 없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