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의 정의 수정 필요|이현복<언어학·서울대 문리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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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대 후반 이상이 쓰는 서울말의 리듬과 20대 이하의 젊은 층이 쓴 서울말의 리듬 패턴이 전혀 달라지고 있다.
또『서울지방의 교육을 받은 중류층이 사용하는 말』을 우리 나라 표준말이라고 한 1930년대의 표준말 정의도 수정되어야 한다.
8·15와 6·25동란 이후 서울로의 인구집중현상은 서울인구를 혼질 적인 것으로 만들었고 과거의 중류층이라는 개념도 많이 달라졌다. 따라서 순수한 서울말 사용자가 극히 적어졌을 뿐 아니라 서울말 자체가 지방사투리의 영향을 받아 특히 리듬과 억양에서 변질돼 가고있다.
이 같은 서울말의 변질은 세대간의 차이에 따라서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과거 표준말의 정의는 이제『서울에서 장기간 거주한사람이 쓰는 뚜렷한 사투리의 투가 없는 말』이라고 현실에 맞도록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
오늘날 서울말의 리듬에 나타난 특성은 강세가 있는 음절은 강하고 길며 앞뒤에 있는 약 음절들은 약하고 짧다(예=자동차, 왜 그래요). 단지 말 토막의 마지막 비 강세음절은 다론 비 강세음절보다 길며 때로는 상당히 길어지기도 한다. 이같이 약하면서도 긴 마지막 음절은 대체로 그 음절의 끝소리인 모음이나 자음이 길어지는데, 이는 그 음절이 속한 말 토막과 그 다음 말 토막의 경계를 표시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예=제 아무리 잘나도. 왜 그렇게 했을까요).
그리고 강세음절은 강하고 길 뿐 아니라 그 음절을 구성하는 소리의 음가, 특히 모음의 음가가 분명하고 비 강세음절은 마지막 음절을 제외하고는 짧고 음가가 불분명하다(예=말/서 울말 여기서 서울말의「말」은 모음/a/가 짧고 약하며 중앙 화 돼 있다).
한편 오늘의 서울말에서는 청소년층과 30대 후반이상의 세대간에 전혀 다른 리듬·패턴을 쓰는 경향이 있어 오랫동안 외국에라도 갔다온 사람에게는 간혹 얼른 뜻을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생소하게 들리기도 한다.
젊은 층은 말의 강세를 앞에서 뒤쪽으로 후퇴시키는 경향이 뚜렷하다.
예를 들면 청소년층은 살림·일본·남-북과 같은 낱말을 강세를 둘째 음절에 두어 살 림·일 본·남-북과 같이 발음하는데 이 같은 리듬 패턴의 차이는 국어교육상 중요한 문제로 많은 연구와 대책이 따라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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