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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원인 못 밝히고 우물쭈물|용산역참사 수사본부-우발적 이런 말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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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용산 역구내 귀성객 압사상 사고를 수사중인 경찰은 사고발생 4일이 지난 1일 현재까지도 정확한 사고원인과 책임소재를 가려내지 못해 4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39명의 부장자를 낸 이 사고의 수사는 제자리걸음만 하고있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하오9시10분 사고가나자 바로 용산경찰서 역전파출소에 수사본부(본부장 장상동 용산서수사과장)를 설치, 용산역 여객과장 이은찬씨, 여객조역 안영일씨등 2명과 부상자 고순남양(22·경북 문경군 산양면 신전리377)등 20여명으로부터 사고 경위 등에 관해 증언을 청취하고도 사고원인을 막연하게「우발적」이라고만 말하고 더 이상의 수사진전을 보지 못 하고 있다.
부상자들과 사고 당시 7번「플랫폼」에서 사고를 목격한 서울지방철도청 공안관 이정식씨(36) 등 목격자들은 한결같이 『사고 당시 가교 위에서 일반승객에 섞어 있던 술 취한 모부대소속 군인1명(20세전 후)이 「러닝샤쓰」바람에 손에 돌을 들고 다른 군인4명과 시비를 벌이며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 죽은 조윤경양이「악」소리를 지르며 넘어져 이 충격으로 앞서 계단을 내려가던 승객들이 연쇄적으로 굴러 내렸다』고 말해 사고의 직접원인을 증언하고 있는데도 이들 목격자에 대한 조사조차 제대로 않고 있다.
사고순간을 목격한 이금자양(22·전북 익산군 팔봉면 석암리 258)은 『12번째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 뒤를 돌아다보니 10번째쯤 계단에서 술 취한 군인 1명이 군인2명의 부축을 받으며 내려오다 갑자기 주저앉아 들고있던 술병이 깨졌고 뒤따르던 여자가 넘어지면서 계속 넘어졌다』고 말했다.
또 여영애양(19·전북 군산시 신풍동999의18)도 『부축을 받으며 내려가던 군인이 술병을 깨는 듯한 모습이 보이고 뒤따르던 여자가 넘어져 계단중앙 편편한 곳까지 밀려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목격자들로부터 이 같은 증언을 듣고도 이 군인들의 신원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나 이
들 군인들과 사구의 인과관계 등을 따져보지도 않는 등 사고원인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절차를 외면하고 있다.
또 경찰은 사고당시 용산역 여객조역 안영일씨가 사건현장의 계단정리 책임자이면서도 정리원들의 배치상황조차 제대로 파악치 못하고 있었고 직무를 태만히 한 것을 밝혀냈으며, 역장 최해용씨·여객과장 이은찬씨 도지휘책임이 있다고 결론짓고도 상부의지시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을 입건조차하지 않고 어물거리고 있다.
이에 대해 장상동 수사본부장은 『추석귀성객 수송에 혼란을 빚지 않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가 1일에는 다시 『국군의 날 행사경비 때문에 인력을 뺏겨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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