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테헤란 참패·대일전치욕 잇달아-몰락하는 한국축구(상)-병적 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테헤란」대회참패로 지탄을 받아오던 한국축구가 한·일 정기전에서 4-1로 대패함으로써 이제는 변명도 자위도 할 수 없는 고질적인 치부를 드러내 놓고 말았다. 이 때문에 축구를 아끼던 국민들은 허탈과 실망으로 비난의 화살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한국축구의 근본적인 병폐는 무엇이며 재건책은 무엇일까.
축구인 2명이 모이면 다른 사람을 헐뜯는다는 것이 이미 오래 전부터 내려온 풍토이다.
이 병적인 풍토는 모든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까지 서독의 「크라우츤」, 영국의 「애덤즈」등 외국인「코치」가 왔을 때도 그랬지만 국내 어느 누가 「코치」로 발탁되어도 시기를 기다려 그 능력을 인정하기는커녕 처음부터 부정적인 태도로 반발하는 것이 축구인의 생리가 돼 버렸다.
이 배타적인 사고방식은 어느 덧 선수들에게도 젖어들어 선후배도 없고 어느 지도자라도 수긍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
또한 이 때문에 축구계는 원로와 선배가 많아도 존경하고 숭배 받는 구심적인 「리더」가 없는 풍토가 되었다.
어느 원로가 옳은 얘기를 해도 그것은 한낱 반응 없는 헛소리로만 처리되곤 했다.
이런 마당에 위계질서가 설리는 만무였다.
그 위에 지도자들의 시대감각둔화와 연구심 부족은 다른 「스포츠」분야에 비해 저질화를 재촉했다.
그 예로 다른 종목에서는 거의 없어진 부정선수가 유독 축구에서는 판을 치고있다.
고교축구에 3,4년씩 묵은 선수가 버젓이 나올 수 있는가 하면 국민학교대회에 중학생 선수를 출전시키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게됐다.
모두가 이기기에만 혈안이 된 지도자들이 선수를 육성하거나 연구는 않는데서 나오는 불행한 결과다. 또한 협회는 축구를 근본적으로 발전시키는데는 인색하면서도 한줌 밖에 안 되는 대표선수를 그것도 장기 계획이 아닌 그때 그때의 승리만을 위해 온갖 신경을 썼다.
그 결과는 국내 축구를 사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 축구는 부산지방의 고교대회만이 「붐」이지 그 밖의 각종 대회는 관중이 불과 몇 백명인 개점휴업상태다.
「팬」들이 가봤자 먼지투성이 속에서 선수들간에 싸움질이나 하고 심판을 구타하는 추태를 보게되니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축구 전용장의 건립이나 서울운동장의 인조잔디는 오랫동안의 여망이지만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다.
선수층도 국민학교선주는 많은 데 중학선수는 없고 다시 고교·대학·실업「팀」 에서 많다가 군대「팀」선수가 없는 기현상의 단층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이「속빈 강정」인 한국축구가 「아시아」의 3관 왕을 자처하면서 한 동안 세계정상을 운운했다.
그 영향은「팬」들에게 『승리만이 전부』라는 인식에다 한국축구가 국제 무대에 나가면 뭣이 될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내실을 기하지 않는 한국축구의 밑바닥이 오래 갈리는 없었다.
그것이 「테헤란」 대회에서 참패의 결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축구인물은 선수단을 나무라기만 했지 공동운명에 입각해서 감싸주기는커녕 헐뜯기 만했다.
이런 시점에서 막중한 한·일전을 맞았으니 참패도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이 「쇼킹」한 참패를 두고 「코칭·스탭」의 무능, 선수들의 정신자세, 그리고 일관성 없는 선수·「코치」진의 빈번한 교체가 지탄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축구의 불행은 근본적으로「비전」이 없는 정책에다가 세계속의 현 위치를 파악치 못하고 단순한「팬」들을 환상에 잡히게 했다는 점, 그리고 내적 충실은 없이 병폐적인 풍토만을 축구인들 스스로가 조성했기 때문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