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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경찰』의 상을 세우는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랫동안 논의되던 경찰력 강화 방안이 일단 「치안본부」제의 실시로 낙착되었으며, 이와 함께 경찰관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는 안도 검토되고 있는 중이다.
이 안에 따르면 ①내무장관 밑에 치안본부를 두고 치안총감을 본부장으로 하여 3개 부를 두고, 부장은 치안감으로 보하고 ②서울 시경국장 밑에 2명의 경무관급 부국장을 두고 ③경찰관 보수규정을 제정하여 단일 호봉제로, 초봉은 4만원에서 최고봉은 차관급으로 올려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확실히 진일보라 하겠으나 이것으로 과연 경찰력의 강화가 이루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에 따르는 경찰의 내년도 예산은 치안국 경상비 90억원과 원래 예정됐던 인건비 2백50억원 및 인건비 인상소요액 15억원을 합쳐 6백억원이다.
그런데 예산내용을 보면 그 중 경상비 90억원은 일선 지·파출소 운영비, 피복·사무용품비, 급식비, 초소 운영비 등으로 쓰이게 될 것이다. 그것이 형편없이 모자란 것이라는 것은 본 난이 누차 지적한바와 같다.
다행히 이번 예산 인상조치로 이중에서 경찰의 수사 활동비, 지·파출소 운영비, 시간외 근무수당 등이 약간씩 오르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써도 경찰이 위신과 품위를 지키면서 그 직무를 수행하기에는 너무도 미흡하다 아니할 수 없다.
경찰관의 시간외 근무수당은 현재 시간당 45원인데 앞으로는 인원으로 인상될 것이라 한다. 그런데 시간외 근무수당이 이처럼 적은 것은 본봉 책정의 모순 때문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이번 경찰관 보수규정에서 본봉을 4만원 이상으로 규정했다면 시간외 근무수당도 법정인 3백원 정도까지는 올려주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경찰관의 시간외 근무수당이 3백원 정도만 되면 보통 하루 18시간근무를 하는 일선경찰관들에게는 그것 만으로써도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된다는 점에서 이것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밖에도 경찰관들에겐 당연히 특근 수당·위험 수당 등 특수수당을 주고 만족할 만한 급식비를 준다면 경찰관도 경관으로서의 보람을 느끼고 민폐를 끼치지 않고서도 경찰 업무에 헌신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경찰관의 품위를 높여주기 위해 당면해서 중요한 것은 지·파출소 운영비를 대폭인상, 방범비라든가 운영자문 위원 등에게서 돈을 받지 않고도 떳떳이 지·파출소를 운영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지·파출소의 운영비가 국고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서 지출되지 않고, 지방 유지들의 찬조금이나 주민들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는 이상 이들 유지들에게 불리한 범죄수사 등은 못하게 될 것은 뻔하며, 이로 인하여 국민의 원성을 사게 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지난번에 보도된 어떤 조사에 의하더라도 말단경찰관에 대한 비위 진정 등이 직속상급기관에 행해지지 않고 치안국이라든가 내무부장관·국무총리실·청와대 등 고위 타기관에 직속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일선 경찰관서가 얼마나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치안국은 정보비 등 특별비용을 일반비용으로 전용해서라도 지·파출소운영비만은 넉넉하게 주어 지·파출소장이 관내에서 돈을 받지 않고도 이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품위 있는 경찰』의 상을 세우는데 있어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대적인 과학장비라고 하겠는데, 금년도 예산에도 장비 등 운영비는 기껏 5억원 밖에 계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범죄는 날로 조직화·기동화·광역화하고 있는데 경찰장비는 노후화하고 있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이의 대체가 시급히 요망된다.
또 경찰 수사권의 독립보장문제도 충분히 고려되어야할 것이다. 검찰 이외의 지휘기관이 많아 경찰의 수사는 여기 저기서의 압력을 받아 흐지부지되는 것이 원칙처럼 되어 있다. 이번 기회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강화, 경찰이 소신껏 일 할 수 있도록 여타기관의 압력을 배제하는데도 정부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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