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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위주로 끝난 세제 손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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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당국이 마련한 세제 개혁안을 종래의 분류소득세를 종합소득세로 바꾸고 그 세율을 인하하며, 영업세율을 대폭 인상하고, 물품세·직물류세 등을 단순화하며, 부동산 투기 억제세 대신에 토지·건물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신설하는 등 15개 세법의 개정·신설·폐기를 꾀한 전면적인 세제개편이다.
따라서 새해 세제개혁안은 그 작업의 대상과 범위가 일견 매우 넓은 것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또 무엇인가 획기적인 것을 노리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처음부터 총조세 중의 내국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제약 때문에, 결국 관세와의 부담 형평 관계와 지방세 부담과의 조화를 무시한 증세 위주의 세법손질에 그치고 말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한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새해 세수 추정면에서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공식 추계에 의하더라도 새해 세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국세 전체와 그 밖의 조세(관세 및 지방세)의 구성비는 세제개혁에도 불구하고 거의 불변이라는 상태를 보여준다. 더욱이 이것은 불황의 지속 때문에 세수입 전망이 매우 흐리다는 전제하에서의 추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세제 개혁안이 증세 목적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저지르게 된 무리는 내국 세제 체계 내부의 세율 조정면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종합 소득세제 하에서의 공제액을 실질적으로 늘리지 못한 점을 비롯하여 물가상승으로 인한 세부담의 자연적 과중화를 의식적으로 꾀하고 있다는 점, 물품세·직물류세 등을 부가가치 세제로의 이행을 전제한다고 하면서 도리어 세율의 대폭 단순화로 그 전제를 역행하고 있다는 점, 소득세율을 내리는 대신 그 이상으로 간접세부담의 증대를 획책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새해 예산안에서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중이 종래의 60대40으로부터 내년의 40대60정도로 역전할 것이 예상되는 것도 결국은 이와 같은 증세 위주의 세부 조정이 빚어낸 당연한 귀결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간접세적인 성격을 띠는 관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과소하다는 점에 비추어서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경우 간접세 치중은 전혀 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간접세는 역진적인 것으로 공평과세상 바람직한 것이 못되지만, 대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경제에서 자원의 낭비를 막고 국내노동력의 활용과 국내 부가가치율의 향상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노동과세를 경감하는 대신 넓은 의미에서 소비과세를 무겁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보다도 관세부터 중과하여야 하는 것이지, 지금과 같은 방식을 그냥 쓰는 경우 그것은 도리어 국내자원의 효율적 개발마저 조애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새해 세제개혁안은 일부 불황 품목에 대해서는 물품세의 인하를 꾀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이번 세제개혁안도 단기 세제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보다 더 그것은 현재의 경기침체가 일부 제품에 국한된 것인양 잘못 본데서 나온 것이라면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세율을 올리면서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세율 인하를 꾀한다는 것은 도시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 않은가. 새해 세제개혁안이 불황 대책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경감대상을 일부품목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간접세전반에 걸친 것이 되도록 해야 하며, 불황 가속화의 작용을 하는 새 세원발굴도 말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 의식적으로 세수 결함을 발생시키기는 일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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