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hi] 4년 뒤 29세 … 평창서 3연패 도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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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밤 서울 전농동 자택에서 이상화를 응원하던 가족들이 1차 레이스에서 1위로 골인하자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외삼촌 김주성, 어머니 김인순, 아버지 이우근, 큰아버지 이우택씨. [양광삼 기자]

“제 경쟁자요? 그냥 저예요.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올림픽 결과가 나올 거예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가 한 말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적수가 없었던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며 진화해 왔다. 결국 이상화는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이뤄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을 딴 뒤 그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2010~2011시즌 이상화는 500m 월드컵 랭킹 2위에 올랐다. 월드컵 1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 7위(39초01)로 떨어진 적도 있다. 이상화는 체력이나 기술이 아닌 마음을 살폈다. 그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 달렸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경험이 쌓였다. 특별히 뭔가를 배웠다기보다 자연스레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을 찾았다. 언젠가부터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후 이상화는 원하는 대로 레이스를 펼쳤다. 2012~2013 월드컵 시리즈에선 적수 없는 강자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해 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4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 36초80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이상화는 만족하지 않았다. 남들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다. 올림픽을 앞둔 2013~2014시즌엔 체중을 감량하고, 자세를 교정했다. 굳이 무리수를 던질 필요는 없었지만 과감하게 바꿨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세계 기록을 세 차례나 더 갈아치웠다. 기록을 36초36까지 단축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개월이었다.

 2014년 이상화는 2010년 이상화를 넘어섰다. 이제 이상화가 도전할 대회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다. 4년 뒤 이상화는 만 29세다. 여자 500m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3연패를 했던 보니 블레어(미국)는 기록을 달성했을 때 나이가 30세였다. 1998, 2002 올림픽 2연패를 했던 카트리오나 르 메이돈(캐나다)은 만 32세까지 정상을 지켰다.

 이상화는 “소치 올림픽이 완전히 끝난 뒤 거취를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미 인생 최고의 목표였던 올림픽을 두 차례나 석권한 만큼 새로운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이상화의 초등학교 은사인 전풍성 코치는 “상화는 한 번 더 올림픽에 나갈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이어서 의미가 있다”며 “상화에게 ‘이규혁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해봐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치=김지한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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