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이란」텃세로 얼룩진 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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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텃세란 말이 이번「테헤란」대회처럼 실감나게 부각된 일은 일찌기 없었다.
하기는 작년의 제5회「방콕」대회 때 한국-태국의 농구경기에서 치고 받는 불상사가 일어났었다.
그때 우리는 이를 태국측의「홈」·그라운드 이점을 앞세운 텃세라고 비난했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거기에 비할 수 없는 엄청난 텃세가 작용해 대회존망을 우려하게 되었다.「이란」 측의 텃세는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그 첫째는「이란」의 우승을 위한 심판들의 편파적인 판정이었다.
심판을 어떻게 구워 삶아놨는지는 몰라도 그들은「레슬링」「복싱」에서 전대미문의 파격적인 판정을 내렸다.
한국의「그레코·로만」형「웰터」급 강용식은「이란」의「존바리」와 싸워 거의 일방적인 판정승으로 몰고 나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심판들은 강이 득점할 때마다 점수를 주지 않더니 끝내 무승부로 만들고 말았다. 강은 이때의 벌점 2로 선전한 보람도 없이 금「메달」을「이란」선수에게 뺏기고 은「메달」에 그쳤다. 자유형「헤비」급에서 일본의「사이모」선수는「이란」의「소크네사레」와 싸워 완전한「풀」로 상대를 큰 대자로 뉘었다. 심판이 이때「폴」승을 선언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심판장은 이를 인정치 않고 재경기를 지시했다. 하도 어이가 없는 판정이기에 일본선수는 항의에 이어 퇴장하고 말았다.
그랬더니 심판장은 축 늘어진「이란」선수에게 퇴장 승을 선언해 그에게 금「메달」을 걸게 했다.「복싱」에서는 북한측이「라이트·플라이」급의「뮌헨·올림픽」은「메달」인 김우길이 준결승전에서「이란」의「일사리」에게 억울한 판정패를 당했다고 해서 난동을 부렸다.
이 난동이야말로 이번 대회를 얼룩지게 한 추태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그 원인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대진운이 나빴던지 우연히도「이란」선수와 예선전에서 많이 붙었다. 그때마다 북한선수는 석연치 않은 판정패릍 당했다. 김우길의 경우는 3번째의 판정패인데 그는 누가 봐도 이긴 것을 판정이란 이름으로 그 승리를 도둑맞아버렸다.
여기에 태국도 편파적인 판정에 항의, 선수단을 철수시키고 말았다. 이「쇼크」로 인해 준결승전에 10명을 진출시킨「이란」은 그후부터 타의적인 공정 판정에 눌려 겨우 3체급에만 우승할 수 있었다. 지난 얘기지만 한국의 5체급 우승은 이같은 일련의 강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에 얻은 공평한 실력의 승부 덕이라 할 수 있다.
「사이클」에서는 더 무지한 텃세가 작용했다.
1백80㎞「로드·레이스」를 앞두고「파키스탄」의「후세이」선수가 교통사고를 입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도로지세를 익히기 위해 연습하는 것이 눈에 거슬렸던「이란」측은 이 교통사고가 나자 아예 위험하다는 핑계로 외국선수의 연습을 모두 중지시켰다.
그리고는 자기네만이 연습한 끝에 1위부터 4위까지를 독점했다.
역도의「도핑」사건은 보다 지능적인 텃세였다고 할 수 있다.
국왕의 지상명령이 내린 역도·「레슬링」·수구·축구의 4개 종목중 역도가 그 결실을 맺지 못하자 뒤늦게「헤비」급의 김중일(북한)과「라이트·헤비」급의「오오우찌」(일본)를 약물복용이라는 혐의로 금「메달」을 박탈하고 말았다. 이 2체급에서는「이란」선수가 은「메달」을 4개나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물복용으로 문제를 삼으면 자기네가 금「메달」을 차지해 종합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위에 열거한 텃세는 대회기간 중에 일어난 것이지만 대회 개막 전부터「올림픽」의 기원이요, 꽃인「마라톤」종목을 자기네가 약하다고 아예 빼버린 것이나, 역도의 각 체급에 사상 유례없는 금「메달」3개씩을 수여키로 한 것은 당초부터 계획적으로 짜낸 텃세였다.
「이란」은 이같은 텃세로 2위를 했지만 양식이 없는 상식이하의 텃세를 부려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결과는 무엇일까?
태국이 이에 항의해「복싱」「사이클」에서 철수시킨 것처럼 대회는 만신창이가 됐고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대회 존속마저 어렵다는 기우를 남겼을 뿐이다.
①정치에 희생되는「영원한 전진」
②「이란」텃세로 얼룩진 우정
③변색된 AGF…궁지의 한국
④한국「종합4위」점검
가, 남북대결서 승리
나, 개인경기 두각, 구기의 답보
다, 축구·사격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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